'8년 연속 파업 예열' 현대차…팰리세이드 열기 식으면 어쩌나

파업 장기화 땐 팰리세이드 증산 합의 퇴색
임금체계 개편·통상임금 놓고 교섭 장기화 가능성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과 관련해 파업 준비를 마치면서 인기 차량인 팰리세이드 생산에도 영향이 생길 전망이다.현대차 노조는 29∼30일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전체 조합원 대비 70.54% 찬성으로 가결했다.

다음 달 1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쟁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노조는 파업권을 획득한다.

◇ 파업 길어지면 '팰리세이드 증산 합의' 퇴색 우려
노조는 여름 휴가가 끝나는 다음 달 12일부터 추석 전까지 총력 투쟁을 예고해 이 시기에 파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실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 생산라인을 멈춘다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다른 주력 차종들은 재고량이 확보된 상황이지만, 팰리세이드는 심각한 물량 부족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팰리세이드는 아직도 계약 후 차량을 받기까지 7∼8개월이 걸릴 만큼 국내에서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최근 본격적으로 수출이 시작된 북미 시장에서도 평가가 좋아 수출 물량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이례적으로 3개월여 만에 월 40% 증산에 노사가 합의해 현재 월 8천600대를 생산하고 있다.

이달 19일에는 현재 울산4공장에서 생산되는 팰리세이드를 울산2공장에서도 생산하기로 합의를 봤다.다만, 노사 갈등과 노조 내부 이견으로 줄다리기를 하면서 합의 기간이 길어지는 사이 대기 소비자 2만명 정도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달성한 증산 합의 이후 채 한 달도 안 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다시 소비자 피로도가 쌓이게 될 전망이다.

더구나 파업이 길어지면 울산2공장에 공동생산 설비 공사를 해놓고도 가동을 못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울산2공장 생산설비 공사는 9월 안에 완료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효과와 우호적인 환율로 2분기 실적이 늘어난 상황에서 노조 파업은 신차 효과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해 임금 협상에선 2차례만 파업해 7년 새 최소 규모를 기록한 바 있다.
◇ 임단협 안갯속…장기화 가능성도
결국 올해 파업 횟수와 장기화 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통상임금 문제 해결, 정년 연장, 불법 파견·촉탁직 해결, 미래 고용안정 확보 등 크게 4가지를 내걸었다.

가장 큰 숙제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과 연동한 임금체계 개편이다.

현대차는 올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정 기준인 소정근로시간이 기존 174시간(법원 판단 기준)에서 209시간으로 늘어나면서 직원 시급이 7천655원으로 낮아지게 돼 올해 최저임금(8천350원)을 위반하는 처지가 됐다.

회사는 현재 짝수 달에 주는 상여금 일부(기본급의 600%)를 12개월로 분할해 월급처럼 주도록 바꿔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노조에 제안한 상태다.

노조 역시 이 방안을 완전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노조는 이와 함께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통상임금 소송을 정리하는 방안도 요구하고 있다.

즉, 기아자동차처럼 노사 간 합의로 소송을 마무리하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서 조합원에게 합의금(노조 주장 소급분)을 회사가 지급하는 것이다.

기아차는 사측이 패소한 직후 노조와 합의해 미지급금을 평균 1천900여만원으로 잡았다.

반면, 현대차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이 2심까지 승소한 상태로 기아차 방식대로 합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아직 구체적인 지급 금액을 제시하지는 않은 상태로 향후 이 금액 규모가 올해 교섭에서 최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 방식에 노사가 상당 부분 합의하더라도, 소급분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교섭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과 고용 안정 문제 역시 합의가 쉽지 않다.노조는 올해 말 1천400여명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모두 1만7천500명이 정년퇴직할 것을 고려해 정규직 인원 충원, 최장 만 64세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는 4차 산업혁명과 친환경차 시대 도래 등으로 인력 충원 요인이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