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이재용 재판…삼성전자, 올 하반기도 '시계제로'

실적 '바닥 통과' 분석…올해 영업이익, 작년의 절반에도 못 미칠 듯
사업 안팎 '불확실성' 산적…기술 초격차로 최악 위기 돌파 '총력 태세'
삼성전자가 올 2분기에 6조6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분기보다는 나은 성적표를 써냈지만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디스플레이 사업의 '일회성 수익'을 제외하면 5조원대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되는 데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경우 오히려 흑자가 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과 지난해 잇따라 '실적 신기원'을 달성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 급격한 '다운턴(하락국면)'에 휩쓸린 삼성전자는 일단 '바닥'을 통과하고 올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상승기류'를 탈 것으로 보이지만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현재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7조1천억원 안팎이다.전분기보다 소폭 증가하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인 셈이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해 일부 메모리 반도체 품목의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추세적으로는 하락 국면에 있고, 모바일 사업도 획기적인 실적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이런 비관론의 근거다.

삼성전자는 올해 226조원의 매출에 26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지난해(243조7천700억원·58조8천900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20조원가량 줄어드는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내년 35조원에 이어 오는 2021년 43조원 정도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수준까지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는 점이다.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진행형'이고,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 규제는 말 그대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사업 외적으로도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다가오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관계사에 대한 검찰 수사의 압박은 점점 더 강해지고,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도 계속되는 양상이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내놓긴 했으나 이마저도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와 대만의 투자 확대 등 주변국이 잇따라 견제 수위를 높이면서 만만치 않은 여건에 직면했다.

다만 최근 몇년간 꾸준히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를 진행한 덕분에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고 있고, 인공지능(AI)과 5G 이동통신 등 '미래먹거리' 발굴도 성과를 낸 만큼 위기를 잘 버텨낸다면 또다시 '퀀텀 점프'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視界) 제로(0)'의 상황"이라면서 "과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낸 저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