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임진왜란인가'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는 문재인 대통령 화두는 '이순신'

문재인 대통령 47년 만에 저도 별장 공개
다시 ‘이순신’ '임진왜란' 언급
문 대통령 저도 방문 "이순신 장군 승리한 곳"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경남 거제시 저도에서 국민과 함께 산책하기에 앞서 변광용 거제시장의 '저도' 관련 보고를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와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또 다시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역대 대통령들의 대표적 여름 휴가지로 알려져 있는 경남 거제시 ‘저도’를 방문해 ‘청해대(靑海臺)’로 불리는 대통령 별장지를 오는 9월부터 일반에 개방하겠다고 밝혔다.시민 100여 명과 함께 저도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저도는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큰 곳”이라며 “저도 일대 바다는 옛날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께서 첫 번째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이 있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저도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도의 역사에 대해 “일제시대 때는 일본군의 군사 시설이 있었고, 6·25 전쟁 기간 동안에는 유엔군 군사 시설이 있었다. 휴전 후 한국 해군이 인수한 후로는 이승만 대통령 별장지로 사용되고 박정희 대통령 때 정식으로 청해대라는 이름 붙여서 공식으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저도'에서 거가대교 바라보는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있은 후 지난 12일 전남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남 주민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의도적인 접근은 아니었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부산에서 열린 시·도 지사 간담회를 마치고 단체장들과의 오찬을 위해 ‘거북선횟집’을 찾았다.

청와대는 “우연히 맛집 이름이 '거북선'이었을 뿐 일본의 보복 조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같은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청와대 면담에서는 접견장 뒤편에 거북선 모형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일본이 수출규제 사태 이후 한일 갈등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연일 이순신 장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송석준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는 23일 "문재인 정부의 대응방식이 과거 서희 선생의 거란군 격퇴,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왜군격퇴와 비유하고 있다"면서 "서희 장군의 거란군 격퇴, 그것은 갈등을 통한 해결이 아니었으며 상생과 조화의 정신의 담판술로 이뤄낸 성과다"라고 말했다.이어 "이순신 장군이 열세 속에서도 왜군을 격퇴한 것은 국민갈등을 통해서인가. 민과 군이 하나가 돼서 똘똘 뭉친 덕분이다"라면서 "군은 철저한 훈련 강군을 통해서, 집중력을 통해서 왜군을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군인권보장이라는 이름으로 군의 군기를 무참히 붕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명량에서 단 12척 남은 배로 330척 왜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은 우리 민족의 영웅이자 포기하지 않는 국민성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여당 의원들이 '이순신 정신'에 꽂힌 것은 노 대통령이 성웅 이순신의 내면을 다룬 소설 '칼의 노래'를 탄핵 정국 때 읽었다고 소개해서였다.

소설에서 이순신 장군은 불과 12척의 배로 밀려오는 300척의 적선을 맞이한다. 그는 두려움에 뒷걸음치는 부하들에게 "네가 죽음을 피할 곳은 없다. 오직 죽음으로 죽음을 뚫고 나가라"고 독려한다.

소설의 저자 김훈은 이순신 리더십을 현대에 적용하자는 발상을 "황당하다"고 했다.

김 씨는 “12척으로 330척을 무찌른 명량해전의 승전이 많은 정치 지도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만 그것은 현대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현대 사회의 지도자는 적이 330척을 가지고 들어올 때 내가 12척밖에 없는 사태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건 이순신 시대에 이순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중세 시대의 이야기”라며 “‘칼의 노래’를 끌어다 위정자들이 12 대 330의 비유를 말하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덧붙였다.

적이 330척의 배로 쳐들어올 때 12척밖에 없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400여년 전 해전의 승리 비결이 21세기 한일 무역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다음달 2일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막판 외교전을 펼치기 위해 태국으로 향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일 관계는 과거의 일방적 관계가 아니다"라며 "일본 정부는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현 상황을 차분하고 정확히 판단해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런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는 "일본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내년 총선에 유리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에게 "여론조사에 있어서는 주의를 기해야한다"고 당부하며 사실상 경고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