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정용진의 '이마트 매일 초저가 승부수', 고객 발길 잡을까

이마트, 8월부터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선보여
와인 4900원·식품건조기 4만9800원 등 상시 초저가 '가격 고정'
사진=이마트 제공
이마트가 8월부터 상시 초저가 상품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선보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이마트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상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는 것이다. 이마트가 올 2분기 첫 분기 영업적자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쿠팡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공세 속에서 '상식 이하 가격'으로 이마트가 다시 주도권 회복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이마트, 매일 초저가 상품 공개…와인 4900원·식품건조기 4만9800원이마트는 올 초부터 진행한 가격 정책인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강화해 상시적 초저가 구조를 확립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다음달 1일부터 운영한다고 31일 밝혔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은 원가 구조 혁신을 통해 동일한 제품이나 유사한 품질의 상품에 비해 30∼60%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 한번 가격을 정하면 이후 바꾸지 않고 유지한다. 이마트는 상품에 대해 고객이 확실히 저렴하다고 느끼는 '상식 이하의 가격'을 '목표가격'이란 개념으로 설정해 제시했다.

효율적 소비를 하는 '스마트 컨슈머'가 등장하고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로 유통업계에서 가격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이마트는 1차로 와인, 다이알 비누, 바디워시 등 30여개 상품을 출시한다. 연내 200여 개 상품을 선보이고 순차적으로 상품을 늘려 향후 500여 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올해 초부터 상시적 초저가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고객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을 선정해 기존과 다른 원가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최대 수백배의 대량매입,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프로세스 최적화, 신규 해외 소싱처 발굴, 업태 간 통합매입, 부가기능·디자인·패키지 간소화 등의 방법으로 상품 가격을 낮췄다.

시세보다 약 60% 저렴한 4900원짜리 와인, 3900원으로 가격을 35% 낮춘 다이알 비누(8개입)의 비결은 대량매입이다. 평소 물량보다 수십배, 수백 배 많은 물량을 사들여 원가를 낮췄다. 다이알 비누는 아시아 지역 단일 유통사 최대 물량인 연간 50만개 물량을 수입한다.3만9800원짜리 식품 건조기는 세계적인 초저가 할인점 '알디'에서 판매하는 검증된 상품을 직접 구매해 신제품 개발비 등을 줄였다. 피넛버터의 경우 기존 미국과 중국 대신 인도에서 신규 소싱처를 발굴해 기존 판매상품보다 가격을 최대 50% 낮췄다.

바디워시 제품은 노브랜드 등 전문점과 통합매입해 원가를 깎았다. 올해 9월에는 와이파이 등 기능을 제외하고 영상 구현 기능에 초점을 맞춰 기존 브랜드 TV보다 약 40% 저렴한 '일렉트로맨 TV'도 출시한다.

이갑수 이마트 사장은 "상시적 초저가 상품은 이마트의 지난 26년간 상품 개발 역량을 총집결한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탄생한 상품"이라며 "국내 유통시장에 초저가 상품에 대한 새 기준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이마트 제공
◆이마트, 2분기 첫 영업적자 우려…하반기도 '먹구름'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업황 부진 속 이마트가 던진 초저가 승부수로 실적 회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분기 첫 영업적자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는 만큼 온라인 유통기업에 뺏긴 고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마트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기업과의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비용이 가중된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마트가 지난 2분기 1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연초부터 진행 중인 가격 할인 정책이 충분한 모객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기업 매출은 온라인에 비해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여름 신상품 출시와 각종 할인행사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월보다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매출은 각각 3.9%, 1.0%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11.7% 늘어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허나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대형마트의 객단가는 2.3%, 객수는 1.6% 감소했다"며 "식품 매출도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여 온라인으로의 트래픽 이동이 전 상품군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7월 대형마트의 기존점 매출 성장률이 5~8% 역성장할 것"이라며 "온라인으로의 매출 이탈, 경기 부진, 장마 등 날씨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정 부회장은 올 들어 임직원에게 꾸준히 위기대응 태세를 주문하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이마트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해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며 미래전략 수립을 당부했다.정 부회장은 "지금은 역량을 축적해야 하는 시기"라며 "기회가 왔을 때 이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며 역량을 결집해 위기를 헤쳐나갈 것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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