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딜?…존슨 英 총리의 '트릴레마'

(1) 아일랜드 국경 설치 반대
(2) 본토·아일랜드섬 국경 불가
(3) EU는 '통행·교역장벽' 확고
영국 정부가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측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10월 31일까지 EU를 나가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는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까지 불사하겠다고 EU를 압박하고 있지만, 협상을 둘러싼 ‘트릴레마(3중고)’가 해소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스티븐 바클레이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EU와) 합의를 원하지만, 합의가 이뤄지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10월 31일에는 EU를 떠날 것”이라며 “오늘 이 같은 영국 방침을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수석대표에게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그러나 영국과 EU가 세 가지 문제인 트릴레마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영국은 자국령 북아일랜드와 인접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에 물리적 국경(하드보더)이 만들어지는 것을 반대하는 게 첫째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는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을 통해 자유로운 통행·무역이 보장되기 전까지 30여 년간 내전에 가까운 충돌을 벌인 핏빛 역사가 있다. 두 번째로 영국은 본섬과 아일랜드 섬(북아일랜드·아일랜드) 사이에 하드보더가 놓이는 상황도 받아들일 수 없다. 영토의 통일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EU 시각에서는 영국이 브렉시트 뒤에도 EU 회원국과 아무런 제한 없이 통행과 교역을 유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EU는 브렉시트를 ‘영국의 EU 단일시장·관세동맹 접근 제한’으로 보고 있다.

이 문제를 2년 넘게 해결하지 못해 양측은 지난해 합의안에 ‘안전장치(백스톱)’ 조항을 뒀다. 브렉시트 뒤에도 내년까지 일단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이 EU 단일시장·관세동맹에 남으면서 자유무역협정 체결 같은 해결책을 찾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날 파운드당 달러 환율은 1.215달러까지 추락하며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