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크기획 합병' 주주 요구 걷어찬 에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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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운용 등과 전면전 불가피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기관투자가들이 요구한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합병안을 끝내 거절했다. 와이너리 레스토랑 등 본업과 무관한 사업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써 최근 에스엠 지분을 대폭 늘린 기관투자가들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해졌다. 3대 주주(지분율 7.58%)인 KB자산운용이 사외이사를 추천해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주주총회에서 표대결도 벌어질 전망이다.
기관들 "회삿돈 年 100억씩 챙긴
라이크기획, 회사가치 훼손" 주장
“라이크기획 합병 못해”엑소 소녀시대 레드벨벳 등의 소속사인 에스엠은 31일 KB자산운용에 서한을 보내 “라이크기획과의 합병은 성립할 수 없는 방안이고 에스엠이 강요할 권리도 없다”고 통보했다. 이어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을 갑작스럽게 종료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에스엠의 사업 경쟁력 손상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동주의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KB자산운용은 6월 5일 공개 주주 서한을 통해 라이크기획을 에스엠에 합병하라고 요구했다. 등기임원도 아닌 이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음악 자문 등을 명목으로 연간 100억원 이상 받아가 회사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KB자산운용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에스엠 영업이익의 44%에 해당하는 금액이 라이크기획으로 흘러들어갔다.
본업과 무관한 와이너리 레스토랑을 운영해 적자가 커지고 있는 점도 개선을 줄곧 요구해왔다. 에스엠은 이에 대해 “31일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놓을테니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답변 기한인 이날 주주들이 요구한 경영개선안을 사실상 거절했다.에스엠 측은 적자사업 정리 요구에 대해 “하나의 회사를 중심으로 통합 재편하겠다”면서도 사업 중단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2000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주가치 제고 활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에스엠 측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면 공시하겠다”고 했다.
지분 늘린 기관 소송전 예고
주요 주주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만족스러운 답변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시간을 두고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지분율 5.05%)은 추가 공개서한 등을 통해 KB자산운용과 별도 주주행동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일각에서는 소송전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KB자산운용은 앞서 골프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는 “소송으로 가면 상당히 일이 커질 수 있다”며 “라이크기획이 담당하는 음원 프로듀싱이 에스엠 내부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횡령·배임죄까지 적용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을 방조한 현 경영진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도 했다.
내년 주주총회에서의 표대결도 예상된다. KB자산운용은 “다음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기관들의 지분율이 이 회장을 뛰어넘는 만큼 KB자산운용의 뜻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외에 미래에셋자산운용(5.01%), 한국투자신탁운용(5.00%)도 최근 에스엠 지분을 늘렸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10.01%)도 올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를 통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로 한 만큼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스엠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650원(1.87%) 오른 3만5400원에 마감했다.에스엠은 이날 김영민 에스엠엔터테인먼트그룹 총괄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부문을 총괄해온 남소영 공동대표와 함께 경영을 맡는다. 한세민 전 에스엠 대표는 에스엠라이프디자인그룹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