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또 도발…무엇이 '평화의 길'인지 묻게 한다

북한이 31일 새벽 또다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 25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두 발을 쏜 이후 엿새 만에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던 정부가 이날만큼은 신속하게 대응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미사일 발사 3시간여 만에 이날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북한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된다”며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청와대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북한의 연이은 신형 탄도미사일 도발은 북한의 가공할 만한 무력에 노출된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을 보여준다. 북한이 25일과 31일 발사한 미사일은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이 쉽지 않다는 게 많은 국방 전문가의 견해다. 저(低)고도로 비행하는 데다 궤적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등 요격 회피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다. 핵탄두와 화학무기까지 탑재할 수 있다.

연거푸 무력시위에 나선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과 우리 군의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문제삼아 계속 겁박(劫迫)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번 미사일 발사 때 문재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지칭하면서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평화는 지킬 힘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평화 정착을 위해 인내를 갖고 북한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되 전쟁을 억제할 강력한 군사력 확보는 필수적이다. 북한의 ‘핵 위협’에 실질적으로 맞설 수 있는 것은 핵만 한 게 없다. 정부와 국회는 미국 국방대학 보고서가 최근 제안한 ‘한·미·일 핵무기 공유 협정’을 적극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 동맹을 굳건히 하고 우리 국방력만 무장해제시키는 ‘9·19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