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딜'도 못한 美·中 상하이 협상…"석 달 전보다 후퇴"

협상 예정시간보다 1시간 단축
돌파구 기대했지만 이견 못좁혀
미국과 중국이 중국 상하이에서 12번째 고위급 무역협상을 했지만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미·중 협상단은 31일 상하이 시자오호텔에서 이틀째 협상을 벌였지만 핵심 쟁점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협상단은 당초 이날 오후 2시15분으로 예정된 기념사진 촬영을 한 시간가량 앞당긴 오후 1시37분께 마쳤다. 이 자리에서 협상 내용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대표로 한 미국 협상단은 곧바로 공항으로 떠났다.이번 협상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산 콩과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을 대량으로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컸다.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확대하는 ‘스몰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 이전 강요 등을 막기 위한 법률 개정 및 합의 이행 강제 방안을 요구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이에 중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즉각 없애고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도 폐지할 것을 주장하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협상에 대해 3개월 전보다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양측 협상단은 주요 쟁점에 거의 합의를 봤지만 미국이 약속 이행 강제를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자 중국이 굴욕적이라며 이를 거부해 회담이 결렬됐었다.난항을 거듭한 협상 분위기를 보여주듯 양측 협상단은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양측 당국자들은 정문 대신 옆문으로 호텔을 드나들며 공공 장소를 최대한 피했다. 또 기자들과의 접촉도 극도로 꺼렸다. 다만 중국 지도부의 속내를 대변하는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분위기는 좋았다”고 전했다.

무역협상이 중국 수도 베이징이 아니라 상하이에서 재개되며 협상이 열린 시자오호텔에도 관심이 쏠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곳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리처드 닉슨이 1972년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 코뮈니케’를 발표한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냉전 시대의 적대 관계를 끝내고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상하이 코뮈니케는 이후 1979년 미·중 국교 정상화의 초석이 됐다.

협상에 앞서 윌버 로스 미 상무상관은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로부터 받은 화웨이와의 거래 제한 면제 신청을 다음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을 방문 중인 로스 장관은 3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까지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특별 허가를 요청한 기업들에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헨티나와 페루를 추가로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갈 때쯤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까지 35개 기업이 약 50건의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신청서가 접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미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와 계열사 68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차단했다. 이후 미국 기업들이 혼란을 겪을 것을 고려해 해당 조치를 90일간 유예했다. 미국 기업들이 유예 기간 이후에도 화웨이와 거래를 이어가려면 정부로부터 특별 면허를 받아야 한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