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협상 미루며 군비증강…미사일, 잠수함, 방사포까지

북미대화 재개 앞두고 무기개발 속도전…한미군사연습 종료까지 지속할듯

북한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새로 개발한 무기들의 잇단 시험발사로 군비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특히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외면한 채 서둘러 무기 성능 시험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어서 눈길을 끈다.

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를 시험사격했다.

김 위원장은 시험발사 지도를 마치고 "인민군대의 전투력을 비상히 강화하는 데서 커다란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또 하나의 훌륭한 우리 식 방사포 무기체계"를 만들어냈다며 큰 만족을 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의 참석하에 지난달 25일 동해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으며, 23일에는 새로 건조한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공개했다.

불과 일주일여 상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SLBM 탑재 가능 잠수함, 신형 방사포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공개 무력시위에 나선 셈이다.

북한의 이런 행보는 판문점 회동에 따른 북미간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함에 따라 그동안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추진해온 '저강도' 군사연습과 무기개발 작업을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 이후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오늘 조선반도에 도래하기 시작한 평화의 기류는 공고한 것이 아니며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적대세력의 침략기도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라며 자위력 국방력 강화 의지를 밝혔다.

북미, 남북 간 대화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작년 한 해 미사일 시험발사를 포함한 무력활동을 전면 중단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하노이 결렬'의 충격파 속에서 비핵화 협상 장기화에 대비하며 자위적 수준의 국방력을 키워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국방과학원 시험장에서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 무기 시험을 직접 지켜봤고 지난 5월 잇단 대구경방사포 및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참관하며 무기 개발에 안간힘을 썼다.북한 매체들도 새로 개발된 무기의 성능과 성공을 선전했다.

중앙통신은 전날 시험사격한 새 방사포에 대해 "단기간 내에 지상군사작전의 주역을 맡게 될 신형 조종방사탄"이라고 강조했다.

엿새 전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때는 "방어하기 쉽지 않을 전술유도탄의 저고도 활공도약형 비행궤도의 특성과 그 전투적 위력"을 확인했다고 부각했다.

'저고도 활공도약형 비행궤도'는 탄도미사일의 요격 회피 기동 비행특성인 '풀업'(pull-up·하강단계서 상승비행) 기동을 의미한다.

북한이 동해 작전 수역에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새 잠수함에는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3개 정도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국방부는 보고 있다.
결국 하노이 회담 이후 한동안 지속한 경색국면에서 판문점 회동으로 다시 한번 급반전의 밑그림이 그려짐에 따라, 본격적인 대화 재개 이전에 '자위적 국방력' 완성을 향한 속도전에 돌입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일단 북미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면 당분간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포함한 무력행동의 보폭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도 1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의 신형무기 공개에 대해 "북미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단계에서 무기체계 개선 활동 서둘러 진행할 필요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밝혔다고 자유한국당의 이은재 의원이 전했다.

북한으로서는 신형 무기 개발에 초첨을 맞춘 '국방력 강화'가 임박한 대미 협상에서 최대치의 결과를 끌어낼 '지렛대'로 여기는 측면도 있다.이에 따라 북한은 한미군사연습을 구실로 종료 전까지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그동안 개발해온 신형 무기의 시험발사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