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기업가치 5兆' 한화종합화학 내년 상장한다

한화그룹 "4년여 전 삼성과 빅딜 당시 약속"
IPO 시장 '최대어' 예고
▶마켓인사이트 8월 1일 오후 4시10분

한화그룹의 핵심 계열회사인 한화종합화학이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이 회사의 예상 기업가치는 5조원에 달한다. 내년 IPO 시장의 최대어가 될 전망이다. 2015년 ‘삼성-한화 빅딜’로 탄생한 한화종합화학은 IPO를 통해 삼성그룹이 보유한 지분 정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내년 IPO 시장 최대어 예고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로부터 상장과 관련한 의견을 받고, 주관 증권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올해 안에 마무리한 뒤 바로 한화종합화학 IPO 준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화종합화학은 종합에너지회사인 한화토탈(지분율 50%)과 태양광 발전사업사인 한화솔라파워(100%), 해외투자 전문회사인 한화종합화학글로벌(100%)을 보유한 사업지주회사다.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페트병의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생산 국내 1위 회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한화건설, 한화역사 등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5조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한화종합화학의 등장으로 내년 IPO 시장이 달아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내년 상장이 유력한 대어급 후보로는 신발 전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태광실업,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지, SK네트웍스의 SK매직 등이 있다. SK그룹의 SK바이오팜도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삼성 - 한화 빅딜의 마지막 퍼즐

한화그룹이 한화종합화학의 상장에 나서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2015년 빅딜 당시 삼성그룹과 ‘2021년까지 상장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당시 삼성그룹은 화학 및 방산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넘기면서 삼성물산(보유 지분율 20.05%)과 삼성SDI(4.05%) 등 계열사를 통해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를 남겼다. 삼성 4개 계열사를 약 2조원을 들여 인수해야 하는 한화그룹의 자금 부담을 덜고 거래 이후에도 두 그룹이 협력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조치였다.대신 한화는 2021년까지 한화종합화학을 상장하기로 약속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상장 시기를 2022년까지 1년 더 연기할 수 있도록 여지도 뒀다. 2022년까지 IPO가 성사되지 않으면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보유지분을 일정 금액에 한화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도 보유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이 IPO에 나서면 삼성그룹은 보유 지분을 구주매출 형태로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4월엔 한화종합화학 지분 전량을 처분하기 위해 베인캐피털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가 막판 철회하기도 했다. 당시 베인캐피털은 약 1조원을 매각가로 제시했다.

삼성그룹이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정리해 마련한 조(兆) 단위 ‘실탄’을 어디에 쓸지도 관심이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데 쓸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나온다. 삼성물산과 삼성SDI의 사업 재편과 신규 투자에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한화그룹도 한화에너지(지분율 39.16%)와 한화케미칼(36.04%)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일부를 IPO로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케미칼이나 한화에너지 중 한 곳의 지분을 모두 팔아 지배구조를 일원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삼성그룹과의 ‘빅딜’로 한화종합화학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가 크게 오른 점도 약속시한보다 한 발 앞서 상장에 들어간 이유로 분석된다. 2015년 말 2656억원이었던 한화종합화학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2017년 5753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일시적인 요인으로 4000억원 중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올해 5000억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회사의 가치가 높을 때 기업을 공개해 보유지분 일부를 현금화하고 한화종합화학의 자본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고운/정영효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