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후변화가 만드는 새로운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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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 더불어민주당 의원 youngvote@hanmail.net >늦은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됐다. 많은 사람이 피서를 떠나고 있다. 한국의 폭염을 피해 해외로 떠나는 이들도 많다. 런던, 파리, 빈 등 유럽 도시들은 한낮 햇볕만 피한다면 아침과 저녁은 선선해 훌륭한 휴가를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올 7월 유럽을 찾은 휴가객들은 유럽 전역에서 500년 만에 발생한 폭염에 낭패를 봤다. 프랑스의 한 마을은 49.5도로 기온 측정 이후 수은주가 가장 높게 올랐다. 파리의 학교는 문을 닫았다. 폭염은 독일의 아우토반도 멈춰 세웠다. 도로가 변형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는 산불이 발생했다. 이탈리아는 밀라노, 로마, 베니스, 나폴리 등에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로마 주요 관광지에서는 무료로 생수를 나눠줬다. 빈에서는 시내 곳곳에 쿨링포그를 부랴부랴 설치했다.일부 과학자들은 폭염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했다. 물론 기록적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의 주범에 대한 논쟁은 진행형이다. 하지만 2018년 북유럽에서 1주일 이상 지속된 폭염, ‘루시퍼’라고 불린 2017년 지중해 지역 폭염 등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폭염의 유력한 진원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하게 만들었다. 지구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폭염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할 전망이다.
기후변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도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다. 친환경 에너지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펀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 신용평가 기관 무디스는 기후변화와 경제모델을 연계해 경제적 리스크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기후변화 정보제공업체 ‘427’의 주식을 매입해 주목을 끌었다. 427은 기업과 정부가 기후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다.427은 홍수, 태풍, 해수면 상승 등 기업과 정부의 신뢰도를 위협하는 물리적 요소를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 회사의 서비스 중 하나는 부동산 투자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7만3000개의 부동산 투자지역의 기후 정보를 분석해 공급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이상기후에 따른 투자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게 도울 수 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정치적 논쟁이 고조되고 있지만 새로운 기후변화 비즈니스 모델들은 시장에서 해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압축했다. 인류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응전하고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응전은 시장의 힘과 정부의 노력, 무엇보다 인류의 실천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