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복' 발등에 불 뒤에야 추경안 통과…'늑장·졸속·깜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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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 1차 시한 어긴 뒤 '8월 1일' 2차 시한도 넘겨
예산소위 단 세 차례 진행…간사회의 비공개 심사 비판
與 "日수출규제 등 최소 대비책 마련", 한국당 "3대 민생사안 증액"
바른미래 "소재·부품 예산 증액 요구해 관철"
재해·재난 복구 및 예방, 경기 대응,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마련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2일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정부가 지난 4월 25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99일 만이다.
106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00년 이후 역대 두 번째 '늑장처리'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여야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로 정국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이번 추경안은 국회 제출과 함께 기약 없이 잠들어 있었다.이후 6월 24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6월 임시국회 내 추경 처리'에 합의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자유한국당이 불참하기는 했지만 국회는 6월 24일 본회의를 열어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추경 시정연설을 들었고, 7월 5일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추경 심사 채비를 갖췄다.
나아가 예결위 여야 간사가 7월 19일까지 추경안을 의결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속도가 붙는 듯했다.그러나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 국정조사,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등을 쟁점 현안을 놓고 여야가 맞붙으면서 추경안은 잠정 합의 시한인 7월 19일을 넘기고도 처리되지 못했다.
여기에 7월 22일에는 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정부가 제출한 '일본 무역보복 대응 예산'의 근거자료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추경안 심사를 전면 중단했다.
예결위는 일주일 넘게 공전했다.마침내 지난달 29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8월 1일 원포인트 본회의'에 전격 합의하면서 즉각 예결위가 가동되는 등 90일 넘게 먼지만 쌓여가던 추경안 처리에 다시 동력이 붙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추경 삭감을 둘러싼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정부 원안 통과'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총선용 선심성 예산 대폭 삭감'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이 맞선 것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은 '국채 발행에 의한 추경'에 난색을 표시했다.
이 때문에 예결위는 접점을 찾지 못했고,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나서야 했다.
이들 원내대표는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1일 자정이 지나서야 겨우 삭감 규모에 접점을 찾았다.
결국 당초 약속했던 날을 하루 넘긴 2일 오후 9시께 추경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여야가 당초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 일찌감치 예고됐던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목록) 제외 결정, 즉 2차 경제보복이 있은지 약 10시간 45분이나 지난 뒤였다.
이번 추경안에는 2천732억원의 일본 수출규제 대응 예산이 담겼다.
즉 국회가 여야의 무한 반복되는 갈등과 정치력 부재로 인해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이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에야 관련 예산을 처리하는 늑장 대처를 한 모양새다.
추경 심사 과정과 내용에 있어서도 '졸속·부실·깜깜이·밀실 심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대치 속에 증·감액을 정밀심사하는 예결위 조정소위는 지난달 17∼19일 단 세 차례에 걸쳐 2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을 뿐이다.
예결위는 조정소위를 운영하는 대신 김재원 위원장 주재로 여야 간사 3명과 정부 측 관계자만이 참석하는 간사회의에서 증·감액 심사를 이어갔다.
조정소위는 심사 내용이 언론 등 외부에 공개되지만, 이번에 가동된 위원장 주재 간사회의는 본예산 심사 시 막판에 꾸리는 소(小)소위와 마찬가지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이번 추경안 심사 과정 대부분이 사실상 비밀에 부쳐지는 '밀실 심사'였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추경안 의결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지금도 정쟁과 파행, 야합의 정치는 계속돼 부끄럽고 개탄스럽다"며 "비교섭단체를 철저히 배제한 채 어제와 오늘처럼 꼭 상황이 닥쳐서야만 허둥대는 국회의 모습은 국민 앞에 최악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이 같은 비판에도 이번 예산심사에 참여한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은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추경 성과'를 자평했다.
민주당은 "추경을 통해 국민 안정과 경제 활력 제고는 물론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책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민생개혁법안 처리를 위해 보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당초 3조6천억원 규모였던 적자국채 발행을 3천억원 축소한 3조3천억원 규모로 축소하고, 강원·포항·붉은 수돗물 대책 등 '3대 민생 사안'에 총 2천576억원을 증액했다"고 평가했다.바른미래당은 "심사에 앞서 교섭단체 중 제일 먼저 대(對)일본 수출규제로 큰 타격이 예상되는 소재 ·부품 분야 예산 증액을 요구, 정부가 제시한 2천730억원을 관철했다"며 "무엇보다 큰 성과는 1조8천억원 규모의 목적예비비에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련 항목을 추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예산소위 단 세 차례 진행…간사회의 비공개 심사 비판
與 "日수출규제 등 최소 대비책 마련", 한국당 "3대 민생사안 증액"
바른미래 "소재·부품 예산 증액 요구해 관철"
재해·재난 복구 및 예방, 경기 대응,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마련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2일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정부가 지난 4월 25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99일 만이다.
106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00년 이후 역대 두 번째 '늑장처리'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여야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로 정국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이번 추경안은 국회 제출과 함께 기약 없이 잠들어 있었다.이후 6월 24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6월 임시국회 내 추경 처리'에 합의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자유한국당이 불참하기는 했지만 국회는 6월 24일 본회의를 열어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추경 시정연설을 들었고, 7월 5일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추경 심사 채비를 갖췄다.
나아가 예결위 여야 간사가 7월 19일까지 추경안을 의결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속도가 붙는 듯했다.그러나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 국정조사,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등을 쟁점 현안을 놓고 여야가 맞붙으면서 추경안은 잠정 합의 시한인 7월 19일을 넘기고도 처리되지 못했다.
여기에 7월 22일에는 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정부가 제출한 '일본 무역보복 대응 예산'의 근거자료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추경안 심사를 전면 중단했다.
예결위는 일주일 넘게 공전했다.마침내 지난달 29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8월 1일 원포인트 본회의'에 전격 합의하면서 즉각 예결위가 가동되는 등 90일 넘게 먼지만 쌓여가던 추경안 처리에 다시 동력이 붙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추경 삭감을 둘러싼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정부 원안 통과'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총선용 선심성 예산 대폭 삭감'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이 맞선 것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은 '국채 발행에 의한 추경'에 난색을 표시했다.
이 때문에 예결위는 접점을 찾지 못했고,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나서야 했다.
이들 원내대표는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1일 자정이 지나서야 겨우 삭감 규모에 접점을 찾았다.
결국 당초 약속했던 날을 하루 넘긴 2일 오후 9시께 추경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여야가 당초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 일찌감치 예고됐던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목록) 제외 결정, 즉 2차 경제보복이 있은지 약 10시간 45분이나 지난 뒤였다.
이번 추경안에는 2천732억원의 일본 수출규제 대응 예산이 담겼다.
즉 국회가 여야의 무한 반복되는 갈등과 정치력 부재로 인해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이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에야 관련 예산을 처리하는 늑장 대처를 한 모양새다.
추경 심사 과정과 내용에 있어서도 '졸속·부실·깜깜이·밀실 심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대치 속에 증·감액을 정밀심사하는 예결위 조정소위는 지난달 17∼19일 단 세 차례에 걸쳐 2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을 뿐이다.
예결위는 조정소위를 운영하는 대신 김재원 위원장 주재로 여야 간사 3명과 정부 측 관계자만이 참석하는 간사회의에서 증·감액 심사를 이어갔다.
조정소위는 심사 내용이 언론 등 외부에 공개되지만, 이번에 가동된 위원장 주재 간사회의는 본예산 심사 시 막판에 꾸리는 소(小)소위와 마찬가지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이번 추경안 심사 과정 대부분이 사실상 비밀에 부쳐지는 '밀실 심사'였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추경안 의결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지금도 정쟁과 파행, 야합의 정치는 계속돼 부끄럽고 개탄스럽다"며 "비교섭단체를 철저히 배제한 채 어제와 오늘처럼 꼭 상황이 닥쳐서야만 허둥대는 국회의 모습은 국민 앞에 최악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이 같은 비판에도 이번 예산심사에 참여한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은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추경 성과'를 자평했다.
민주당은 "추경을 통해 국민 안정과 경제 활력 제고는 물론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책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민생개혁법안 처리를 위해 보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당초 3조6천억원 규모였던 적자국채 발행을 3천억원 축소한 3조3천억원 규모로 축소하고, 강원·포항·붉은 수돗물 대책 등 '3대 민생 사안'에 총 2천576억원을 증액했다"고 평가했다.바른미래당은 "심사에 앞서 교섭단체 중 제일 먼저 대(對)일본 수출규제로 큰 타격이 예상되는 소재 ·부품 분야 예산 증액을 요구, 정부가 제시한 2천730억원을 관철했다"며 "무엇보다 큰 성과는 1조8천억원 규모의 목적예비비에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련 항목을 추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