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추경안 협상'…하루종일 본회의 연기·연기·연기(종합)

본회의 오후 2시→오후 4시→오후 8시→결국 개의도 못해
예결위 간사회동 12시간 넘게 중단…감액 규모가 핵심 쟁점
밤 시간되면서 긴박한 움직임…감액 규모 좁혔지만 합의 도출은 실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의 '디데이'인 1일 여야는 하루종일 지루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특히 여야가 감액 규모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협상은 공전을 거듭했고, 결국 국회 본회의는 연기를 거듭한 끝에 개의조차 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후덕·자유한국당 이종배·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다시 만나 심사를 재개했다.

이들 의원은 전날 밤 11시까지 간사회의를 통해 추경안에 포함된 사업별 심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상태였다. 문제는 구체적인 감액 규모였다.

한국당은 3조6천억원 상당의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과도한 감액은 불가능하다고 맞서면서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여야는 심사를 재개한 지 1시간 30분만인 오전 11시 30분 심사를 멈췄다. 그러는 사이 당초 오후 2시에 열 계획이었던 국회 본회의는 오후 4시로 미뤄졌다.

그러나 여야 협상은 좀처럼 재개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여야가 물밑 접촉을 했지만, 감액 규모를 놓고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김재원 예결위원장 사무실을 찾아가 언쟁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김재원 예결위원장과 민주당 윤후덕 간사에게 전화를 걸어 추경안 심사에 속도를 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한국당은 '우선 본회의를 열어 141개 법안을 처리하자'고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추경안에 합의하지 않고 본회의를 열 수는 없다'고 반대했다.

바른미래당은 오후 3시 소속 의원들에게 추경안 협상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다.
예결위 간사회의 개의가 계속해서 미뤄지면서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는 또다시 오후 8시까지 늦춰졌다.

결국 추경안 처리를 위한 절차 가운데 하나인 소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하려면 예결위 소위원회와 전체회의 의결 절차를 각각 거쳐야 한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저녁 6시 20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민주당과 예산당국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줄인 안을 가져온다면 심사가 종료되고 본회의를 열 수 있다"고 여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현재 적자국채의 (발행) 규모가 3조6천억원"이라며 "지금까지 저희 요구가 관철되지 않아서 추경안 확정이 늦어지고 있다.

여당 측에서 적자국채를 줄이는데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여야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오후 8시로 예정된 본회의도 물 건너갔다.
각 정당은 본회의 개의 시간이 기약 없이 늦어지자 일제히 의총을 열어 당내 전략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오후 8시 국회에서 의총을 열어 추경안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는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해찬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추경안과 결의안, 민생법안을 오늘 통과시킬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며 "경험으로 보면 쉽지 않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총액 규모의 삭감, 아니면 국채발행 규모를 어느 정도에서 할지 정리되지 않아 (본회의) 개최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당은 오후 8시 30분 비공개로 의총을 열어 소속 의원들에게 협상 상황을 설명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저녁 의총을 열지는 않았지만, 오신환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현재 교섭단체 간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합의에 도달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합의가 이뤄진 후로도 본회의는 3시간 정도 후에나 개의될 것으로 보인다"며 "늦은 시간 본회의가 개의되어도 꼭 참석해달라"고 당부했다.

비교섭단체들도 의원총회를 열어 지지부진한 협상 상황을 비판하며 조속한 본회의 개최를 촉구했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국회가 파행과 공전을 거듭하다가 닥쳐서야 차수를 변경하고 날밤을 새워서 안건을 처리하는 오래된, 해묵은 관행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의총을 마친 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긴긴 시간 동안 숫자 싸움만 하고 있다"며 "과거의 국회 모습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밤 시간이 되면서 여야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심야까지 국회 원내대표실에 다 같이 모인 채 추경 처리를 위한 대야 협상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당 역시 나 원내대표와 김재원 예결위원장, 이종배 예결위 간사 등이 원내대표실에서 모여 구체적인 감액 규모 등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또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이인영·나경원 원내대표 사무실을 잇따라 찾아 감액 규모를 논의하며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고,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역시 이인영·나경원 원내대표 사무실을 차례로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이인영·나경원 원내대표 사무실을 분주하게 오가며 조율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기획재정부가 한국당이 제시한 감액 규모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결국 1일 추경안 처리는 물 건너갔다. 이와 관련해 오신환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이 아니라 기재부가 합의안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고 말했고, 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 역시 "홍남기 부총리가 시계를 아침으로 돌려놨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