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민폐·적반하장'…文대통령, 강경용어 총동원해 日규탄

국무회의 모두발언 첫 생중계…맞대응 카드 시사하며 경고 메시지
"지금의 도전을 기회로 여기면 일본 이길 수 있어"…국민 단합 호소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긴급 국무회의를 통해 내놓은 대일·대국민 메시지는 그 형식과 내용 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초강경' 기조였다.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국무위원들과 함께 청와대 여민관의 회의장에 입장한 뒤 다소 단호하고 결연한 표정으로 국민의례를 한 뒤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국무회의 모두발언이 생중계된 것은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사안이 위중하다는 판단 아래 신속하게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이어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백색우대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매우 강도높으면서 선명하고 명징한 단어들로 날을 세워 비판했다.

먼저 이번 조치를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 "양국 관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일본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특히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려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라며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더해 우리 정부의 맞대응 카드도 시사하며 강한 경고 메시지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비록 일본이 경제 강국이지만 우리 경제에 피해를 입히려 든다면, 우리 역시 맞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가지고 있다"며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무모', '민폐', '적반하장' 등의 단어 선택은 일본이 지난달 4일 한국에 대해 반도체 등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외교적 협의 노력을 무시하고 2차 수출규제 조치를 강행한 데 대한 정부의 격앙된 입장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국민들을 향한 당부와 독려의 메시지도 비중 있게 등장했다.

일본의 연이은 수출 규제 조치로 우리 경제가 더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국민의 단합을 통해 지금 상황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우리는 역경을 오히려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의 도전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며 "정부와 우리 기업의 역량을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함께 단합해달라고 호소드린다"고 힘주어 밝혔다.다만 문 대통령은 이처럼 고강도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우리 정부는 지금도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을 원치 않는다", "부당한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라"며 추후 일본과의 외교적 협의 가능성을 남겨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