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산업부 공무원, 중기부 가려고 줄섰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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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는 요즘…중소벤처기업부가 다른 부처 사무관 및 서기관들을 대상으로 전입 희망자를 모집하자 지원자가 줄을 섰다. 이 중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전통적인 ‘인기 부처’ 소속 지원자가 절반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기부 위상이 크게 올라간 반면 기재부와 산업부는 상대적으로 힘이 빠진 현실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들어 청→부로 승격
핵심 부처로 떠오르며 인기
2일 관가에 따르면 중기부가 최근 일반직공무원 전입 희망자를 모집한 결과 30여 명이 지원했다. 서류전형과 면접시험 등 ‘치열한 경쟁’을 거쳐 최종 선발된 공무원은 총 5명. 정부 관계자는 “이번 모집에서는 기재부와 산업부 공무원들의 지원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고 귀띔했다.이런 인기는 정부 내에서 ‘인기 부처’로 떠오른 중기부 위상을 잘 보여준다는 게 관가 반응이다. 중기부는 현 정부 출범 직후 중소기업청에서 부로 승격됐다. 문 대통령은 출범식에서 “경제 패러다임의 중심에 중소기업을 세우겠다”며 “중기부는 핵심 부처”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힘을 실어주는 부처인 데다 청에서 갓 승격돼 상대적으로 인사 적체도 덜하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기피 부처’로 전락했다. 고질적인 인사 적체와 격무는 여전한 데다 소득주도성장과 탈(脫)원전 등 ‘정책 리스크’는 되레 커졌기 때문이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다음 정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하는 직원이 많다”며 “관료가 재량을 발휘할 영역이 좁아지고 있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도 챙기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법제처 통계청 등이 일방 전입 신청을 받을 때마다 기재부와 산업부 소속 공무원들의 지원이 빗발치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설명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중기부 전입 대상으로 선발됐지만 원 소속 부처에서 거부해 ‘탈출’에 실패한 공무원도 있다는 후문이다. 한 경제부처 직원은 “공무원이 늘었어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중앙부처 직원은 늘 부족하다”며 “원 소속 부처로서도 핵심 인력을 내주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