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계약 때마다 심사…통관기간 수개월 걸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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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 배제 어떻게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빠지면서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한 절차가 지금보다 훨씬 까다로워진다. 일본 정부가 자의적으로 일부 품목의 수출허가를 하지 않거나 늦출 수 있어 일본 의존도가 높은 특정 상품의 수입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표준 수출심사기간 90일이지만
日 정부 판단따라 '고무줄'
오랜 심사 후 수출 불허도 가능
일본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국가에는 ‘리스트 규제 대상’인 1120개 품목 전략물자에 대해 ‘일반 포괄허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번 수출허가를 받으면 품목에 따라 1~3년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수출허가 후 통상 1주일 안에 선적이 가능하다. 화이트리스트 국가들에 대해서는 일본 수출업체가 자율적으로 수출 내용을 관리토록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사전 수출심사, 검사 등을 받지 않아도 돼 기업 자체 판단으로 수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전략물자 전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 품목에 대해서는 수출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 한국은 일반 포괄허가제를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 이보다 수출 프로세스가 엄격한 ‘특별 일반포괄허가제’와 ‘개별허가제’로 수출심사가 바뀐다. 일본 기업들의 대한(對韓) 수출이 경제산업성의 직접적인 통제 아래 들어가는 셈이다.
특별 일반포괄허가제는 경제산업성이 수출 계획을 제출받으면 해당 기업이 어떤 시스템 아래서 어떤 사내 규정을 이용해 수출관리를 하는지 경제산업성 직원이 기업을 직접 방문해 확인토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쳐 경제산업성의 특별허가를 받은 소수의 기업만이 그나마 다소 간소화된 절차에 따라 수출할 수 있다. 경제산업성은 현재 일본 내에서 1300여 개사가 특별 일반포괄허가제 승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나머지 대다수 기업은 수출거래 계약별로 경제산업성에 신청해 심사받아야 하는 개별허가제가 적용된다. 경제산업성 허가를 받지 않으면 통관이 안 돼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 수출심사 기간이 일본 정부 마음먹기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 개별허가제의 표준심사기간은 90일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90일 내에 심사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둔 것에 불과하다. 심사기간이 90일을 초과할 수도 있고 오랜 기간 심사 뒤 수출불허 결정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경제산업성은 기업의 신청 내용에 의문점이 있으면 문의하거나 추가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이 밖에 식품과 목재 등을 제외한 거의 전 품목에 대해서도 ‘캐치올 규제’가 적용된다. 일반 품목 중에서도 일본 정부가 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개별적으로 수출허가 신청 절차를 밟도록 한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수출업체가 정해진 허가 기준에 만족하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가 판단한다”며 “상황에 따라 수출심사가 수주 또는 수개월 넘게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의 수출 규제를 우선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들 품목의 수출을 죌 경우 한국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