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인사파동'에 50여명 줄사표…로펌업계 '큰 장' 섰다

로펌들, 퇴임검사 스카우트전
대형로펌들 영입 '옥석 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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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로 70여 년 검찰 역사상 가장 많은 50여 명의 검사가 줄줄이 사표를 내자 로펌업계도 분주해지고 있다. 법조시장의 불황으로 중량급 퇴직 검사들도 변호사 개업 대신 로펌 문을 두드리고 있어서다. 김앤장 태평양 광장 등 대형로펌은 거물급 인사들을 골라잡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10대 로펌 채용 20~25명 선2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인사 전후로 1주일 새 사표를 낸 검사는 50여 명이다. 지난달 사표를 낸 검사장급(14명)을 포함하면 60여 명에 달한다. 오는 6일자 인사이기 때문에 주말을 지나 추가로 사직 의사를 밝힐 검사가 더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인사 후 이렇게 많은 검사가 인사에 불만을 품고 사표를 낸 것은 70여 년 검찰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과거엔 검사장 승진에 실패한 차장검사급 고위간부가 로펌 등에 재취업을 확정한 상태에서 사표를 던지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한창 일할 부장검사급이 재취업도 보장받지 않은 상태에서 줄줄이 검사 옷을 벗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검찰 인사의 가장 큰 수혜자는 서울 서초동 건물임대업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로펌 대표는 “최근 사직 의사를 밝힌 검사들의 재취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시장이 좋지 않아 예년만큼 뽑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지난 2년간 국정농단, 사법행정권 남용 등 ‘적폐청산’에 몰두하면서 미제 사건이 쌓여 로펌 송무 매출은 자문 매출에 비해 크게 위축된 상태다. 경쟁력 있는 검사 출신 인사를 영입해 로펌 송무부문을 키울 유인이 작아진 것이다. 작년 국내 10대 로펌의 매출은 2조4000억원가량으로 이 가운데 송무부문 매출은 1조원 이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 태평양 광장 율촌 세종 등 5대 로펌은 이번 인사에 따른 검사 채용 수요가 10~15명, 10대 로펌까지 합쳐도 20~25명에 그칠 전망이다. 대형로펌 형사팀 변호사는 “김앤장은 4~5명, 광장 태평양은 각각 2~3명, 율촌은 1~2명 안팎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형사팀을 대폭 강화하려는 세종은 3~4명 정도 영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우 바른 동인 지평 대륙아주 로고스 충정 등 나머지 로펌도 합쳐서 영입 규모가 10~15명 선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출신이 주요 구성원인 동인은 김앤장처럼 최대 5명 정도 뽑을 여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부장검사급 노동·공정거래 전문가 각광

검사들의 갑작스러운 줄사표로 ‘초과 공급’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대형로펌은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경쟁력 있는 일부 검사에게만 스카우트 제의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사표를 낸 한 부장검사는 “두 곳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왔다”며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펌이 가장 선호하는 검사는 10년차 이상인 부장검사급이다. 특히 노동사건을 많이 취급해본 ‘공안통’의 몸값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으로 노무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정부의 친(親)노동정책 영향으로 기업의 노동 법률자문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안통은 이번 인사에서 ‘특수통’에 밀려 대부분 지방 소재 한직으로 발령났지만 시장에선 각광받고 있다.기업 수사 경험이 많은 특수통 출신이나 공정거래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도 로펌이 선호하고 있다. 2015년 공직자윤리법 시행으로 검사장 직급은 3년간 로펌 취업이 제한되면서 차장검사급 영입 수요도 꾸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로펌으로 재취업에 성공하면 보통 검사 월급의 두 배 이상을 받는다. 월 급여 600만원(본봉 기준)가량을 받아온 부장검사급은 연봉 수억원을 받게 돼 월 급여 800만원 수준인 검찰총장보다 연봉이 더 많아진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