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한달만에…곳곳에서 흐트러지는 트럼프의 '아시아 성과'

CNN 평가…당시 시진핑과 무역협상 재개 약속, 김정은과 '판문점 회동'
한달 후 관세전쟁 재점화, 北미사일 잇단 발사에 한일 '경제전쟁'까지
지난 6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동아시아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적어도 아시아 문제와 관련해선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 것처럼 보였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잠정 중단과 무역 협상 재개를 약속한 데 이어, 미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을 통해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한 달여 만에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 성과가 곳곳에서 흐트러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CNN 방송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과 달리 북미 실무협상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북한은 최근 세 차례나 미사일 등 무기 시험을 벌였다. 또 미중 '상하이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 부과를 선포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IHS마킷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라지브 비스워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실행함으로써 무역전쟁의 수위를 올리고, 시 주석과의 휴전 약속을 사실상 끝장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은 9월 워싱턴에서 후속 무역 담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지만, 양측 모두 종전보다 더욱 완고한 태도로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내다봤다.
북한의 최근 도발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일반적인 단거리 미사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미국 내 전문가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CNN에 판문점 회동 당시 북미 정상의 악수를 언급하면서 "김정은은 기본적으로 이번 시험들을 통해 '난 악수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랑 교수는 "지금 우려스러운 것은 김정은이 메시지를 보내려 하는데 전달이 되지 않는다면 그가 볼륨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시험에서 보여준 기술적 진전이 장거리 미사일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염려한다고 CNN은 전했다.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트럼프는 협상을 살리려고 애쓸지 모르지만,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간과함으로써 평양이 무기를 강화하고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다"며 "트럼프는 한국인과 주한 미국인들에게 '그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도 "현 상황은 지금까지 사람들이 알던 것보다 더 어둡다"며 "이 미사일들은 일반적이지 않다.

억제에 큰 도전 과제가 될 특이하고 정교한 특성을 다수 갖춘 발전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북한과 중국 문제 외에 일본이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함으로써 한일 갈등이 본격적인 경제 전쟁으로 비화한 것도 트럼프 행정부가 처리중인 이슈라고 CNN은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