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전시 중단 강행…한일 양국서 거센 '역풍'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장 폐쇄…실행위원들, 가처분 신청 나서
전시장 바깥선 시민단체 시위·펜클럽 성명·온라인 서명 7천명 넘어
본전시 참여한 한국 작가들도 작품 철수키로…국제예술제 명성 훼손
3년마다 열리는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올해 행사 주최 측이 4일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자체 기획전 중단을 강행했다.일본 내부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일며, 트리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한국 작가들도 작품 철수 절차를 밟는 등 양국에서 역풍이 거세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측은 이날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내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장 입구에 가벽을 설치하고 출입을 막았다.

전날 폐관 시점이 넘어서까지 관람객으로 붐빈 전시장 입구에는 경비 인력이 집중 배치됐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가벽만을 촬영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낮 일장기가 그려진 완장을 찬 일본인이 전시장 바깥을 배회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현대 일본의 '표현 부자유' 상황을 환기하고자 마련한 이번 전시는 지난 1일 개막과 동시에 일본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력과 우익 성향 시민의 테러에 가까운 항의로 몸살을 앓았다.이에 트리엔날레 전체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는 이런 사태 전개를 빌미로 개막 사흘 만인 3일 전시 중단을 일방 통보했다.

전시 중단 조처를 규탄하면서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일본 내에서 본격화한다.

주최 측이 사무국의 고충과 안전 문제를 내세워, 아베 정권과 우익 세력이 불편해하는 전시를 닫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해당 기획전 실행위원(운영위원)들은 트리엔날레 전시 중단 조처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나고야 지방법원에 곧 제출할 계획이다.

트리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박찬경·임민욱 작가는 항의하는 뜻에서 전시 중인 작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다른 일본인 작가들도 항의 공동성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져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국제예술제라는 명성이 크게 훼손됐다.

이날 오후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바깥에서는 일본 시민단체 인사들이 모여 전시 중단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었다.

시인, 수필가, 소설가 등 1천여 명이 가입한 일본 펜클럽은 전날 항의성명을 통해 "창작과 감상 사이에 의사를 소통하는 공간이 없으면 사회의 추진력인 자유의 기풍도 위축된다"라면서 전시 계속을 주장했다.

해당 전시 작품을 철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온라인 서명운동 참여자는 4일 오후 6시 현재 7천 명을 돌파했다.

이날 출입이 금지된 전시장 내 소녀상 품에는 '표현의 부자유'라고 적힌 기획전 팸플릿이 안겨 눈길을 끌었다.트리엔날레 관계자는 "어젯밤 누군가 '표현의 부자유'에 항의하는 뜻에서 팸플릿을 놓아두고 간 것으로 안다"라면서 "일본 내 '표현의 부자유'를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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