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NF 탈퇴 하루 만에 "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 배치"

NYT "韓 또는 日에 배치 검토"
에스퍼 美 국방장관, 9일 訪韓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사진)이 3일(현지시간)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이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탈퇴한 지 하루 만이다. 한국이 미사일 배치 지역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시아를 순방 중인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 ‘아시아에 미사일 배치를 고려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했다. 배치 시기에 대해선 “몇 달 내에 이뤄지길 바라지만 실제 배치는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전력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평가다. INF는 1987년 미·러가 체결한 양자 조약으로 양국의 사거리 500~5500㎞ 중거리 미사일 개발을 금지해왔다. 미군 당국자들은 “INF 제약을 받지 않는 중국이 자유롭게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미국의 지상 기반 미사일 전력이 중국에 상당히 뒤처졌다”고 우려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일 INF 탈퇴를 공지했다.

에스퍼 장관은 미사일 배치 예상 지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에 각국 고위 지도자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이론적으로 괌 같은 곳에 숨기기 쉽고, 이동이 편한 재래식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일본이나 한국에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9일 방한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군당국 간 미사일 배치와 관련한 이야기가 오간 적 없다”며 “양국 국방장관 회담 의제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