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퍼펙트 스톰' 닥친 韓 경제…어떻게 풀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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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추경 등 수요확대보단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닥쳤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처음 사용한 이 용어는 대형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특정국 경제(혹은 경제주체)가 위기에 봉착하는 경우를 말한다.
감세 등 공급 중시 정책이 효과적
'정치꾼' 아닌 '정치가' 자세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최근 한국 경제에 닥친 대형 악재에서는 종전과 다른 두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하나는 한국이 직접 당사국이거나 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더라도 충격과 부담이 큰 대외 변수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대형 악재를 ‘행태 변수’와 ‘통제 변수’로 구분할 때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적은 전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다.당면한 최대 현안인 한·일 관계는 ‘일제 36년 지배’와 ‘북한 문제’라는 민감한 사안이 결부돼 있어 일단 상처가 나면 사후에 어떤 대책을 강구하더라도 쉽게 아물지 않는다. 일본의 경제 보복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사전 대응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가장 효과적인 사전 대책은 ‘신뢰를 잃지 않는 길’이다.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한·일 양국이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최고 통수권자부터 만나야 한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대책은 정상이 만나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접점을 찾는 길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수입처 다변화, 국산화 등은 그다음 가져가야 할 차선책이다.미·중 무역마찰도 장기화되고 있다. 경제패권 다툼과 같은 중대한 국제 협상 과제는 ‘벼랑 끝 전략(brinkmanship)’으로 풀 수밖에 없다. 특성상 쉽게 타결되지도 않는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수세에 몰렸던 중국의 태도가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다. 미·중 마찰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두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이 40%에 달할 만큼 ‘편향적’이다. 미·중 무역마찰 과정에서 한국에 불리한 중국 비중이 27%에 달한다. 지난 2년 동안 뼈저리게 경험했듯이 앞으로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확대와 수출 다변화 정책 등을 통해 미·중 쏠림 현상을 시정해 나가야 한다.
북한 문제도 그렇다. 비핵화, 평화협정 체결, 종전 선언 그 어느 하나 한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6자 관계(남북한 및 미·중·일·러)’ 틀 속에서 풀어 나가야 한다. 한반도 문제는 독자적으로 앞서가다 보면 오히려 지정학적 위험이 더 커지는 독특한 세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냉혹한 국제 관계의 현실이다.국정은 대내외 모든 현안을 골고루 다뤄야 한다. 남북 관계 개선과 같은 특정 현안에 치우쳐 운용하다 의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겪는다. 남북 관계 파트너였던 북한마저 군사 도발할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국면에 빠지면서 6자 관계에서는 ‘패싱’ 문제에 봉착한다.
대내적으로 최대 악재는 ‘경기 침체’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모든 경제정책의 총체적인 결과는 ‘경기 상황’으로 집약돼 나타난다. 한국 경제는 경기순환상으로 ‘W’자형과 지속 가능 성장 면에서 ‘디스인플레이션’ 및 ‘디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모두 장기 침체 가능성을 예고한다.
금리 인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과 같은 총수요 진작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세계가 하나’인 시대에는 감세,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경제주체들에게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공급 중시 대책이 더 효과적이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갈라파고스 함정(세계와 격리)’에서 탈피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한국 경제는 분명히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민이 뽑아준 정책 결정권자와 집행자는 다음 세대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가(statesman)’ 자세로 당면한 퍼펙트 스톰 현안을 풀어야 한다. 다음 선거와 자신의 자리만을 집착하는 ‘정치꾼(politician)’ 시각에서 이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가다간 상황만 더 꼬인다.
정책 수용층은 네 탓 내 탓 할 때가 아니다. 정책 결정권자와 집행자가 정치가 관점에서 퍼펙트 스톰 현안을 풀어가는 대책이 나오면 적극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꾼 입장에서 대책을 강요한다면 더 이상 따라가면 안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프로보노 퍼블리코(공공선)’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