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봉오동 전투' 원신연 감독이 밝힌 #반일 #할미꽃 #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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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오동 전투' 연출자 원신연 감독일본 불매운동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별점 폭탄과 테러가 이어지더니, 별안간 2개월 전 해명했던 동강변 할미꽃 훼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영화 '봉오동 전투'의 하루하루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상황이다. 영화 '세븐데이즈'와 '용의자',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한국형 스릴러와 액션의 진수를 선보였던 원신연 감독은 '봉오동 전투'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런 모든 혼란스러운 상황에 "진심을 봐달라"고 강조했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총 제작비 155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최근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배우 유해진, 조우진, 류준열 등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원신연 감독은 '구타유발자들', '세븐데이즈', '용의자', '살인자의 기억법' 등을 연출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 5년 전부터 봉오동 전투를 소재로 영화화를 고민했던 원신연 감독은 "'살인자의 기억법'을 끝낸 후 역사를 기반으로 한 묵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면서 '봉오동 전투'에 대해 소개했다. ◆ 예측 못했던 국제정세 변화
원신연 감독은 '봉오동 전투'를 통해 승리의 역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제 '강점'기라는 명칭도 "일본의 시각으로 점령했다고 본 것"이라며 "일제 '저항'기라고 부르고 싶다"던 원신연 감독이었다.특히나 시대적인 배경 때문에 역사 왜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더욱 철저하게 기록물을 고증했다. 일제 입장에서 남겨진 텍스트들은 저항의 뿌리가 될 수 있는 봉오동 전투를 축소하고 왜곡했지만 원신연 감독과 제작진은 당시 발행됐던 독립신문, 홍범도 일지 등 각종 문서 기록과 봉오동 조선인 마을 수남촌에 살고 있는 후손들과의 대화, 역사학자, 동북아역사재단의 자문 등을 통해 사실적인 봉오동 전투의 틀을 만들어갔다.
"정말 피나게 찾았어요. (일본이) 우리 중심의 역사를 남길리 없잖아요. 작은 오류도 범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비어있는 부분은 있어요. 그런 것들은 후손들을 찾아 직접 들으려 했죠. 이런 작품들이 더욱 늘어나 우리네 승리의 역사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최근 급격하게 경색된 일본과 한국의 관계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영화 엔딩에서 암시했던 후속편, '청산리대첩'에 대해서도 "감독으로서 욕심이 난다"면서도 "지금과 같은 사회 분위기라면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4000명의 병사로 4만 명의 일본군을 상대로 대승을 이끈 홍범도 장군과 김좌진 장군, 그리고 '봉오동 전투'의 황해철(유해진), 이장하(류준열) 등의 이야기는 감독으로서 욕심이 나요. 그런데 이건 제 개인의 욕심이고, 사회 분위기나 여러 부분들에 대해 예민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어요. 개인적으로 시대가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일본 배우들, 중요 축 담당했지만…
'봉오동 전투'의 빌런은 당연히 일본군이다. 원신연 감독은 일본군 장교와 중요한 역할이 된 소년병까지 주요 일본군 캐릭터에 일본인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원신연 감독은 "있는 그대로 사실에 가장 가까운 연출을 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봉오동에서 촬영을 하고 싶었고, 일본인 배우들을 캐스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일 영화인 '봉오동 전투'에 일본인 배우들이 일본군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일본에도 알려지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나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들에게 이목이 더욱 쏠리는 상황이 됐다.
원신연 감독은 일본인 배우 키타무라 카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 다이고 코타로 등 일본 배우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보였다.
"오늘 시사회인데, 이분들이 오지 못하세요. 영화를 준비하면서 현실 분위기를 예측할수 없어서 이렇게 됐어요. 제가 뭐라고 설명을 더 하거나 할 필요 없이, 그분들이 이 영화에 출연을 선택한 것 자체가 그분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 가장 정확한 표현을 하신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고민이 있으셨을 텐데 그런 내색없이 열정적으로 연기해주셨어요."◆ 그 자체로 존재감 줬던 자연경관…"훼손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봉오동 전투'에서는 독립군과 일본군의 치열했던 전투 뿐 아니라 장엄한 자연 경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원신연 감독은 봉오동 촬영이 좌절된 후 15개월 동안 전국을 돌며 영화 촬영지를 찾았다. 원신연 감독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보지 못할 공간들을 보게됐고, 촬영이 허가되지 않았지만 그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감과 감동을 받았다"며 우리의 자연 환경을 찬양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불거졌던 동강 자연환경 훼손 논란에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봉오동 전투'는 지난해 11월 강원도 동강 유역에서 촬영을 진행하던 중 동강변 할미꽃 주 서식지와 화약류 사용과 소음 발생 등으로 양생 동식물을 훼손해 원주지방환경청과 환경 단체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봉오동 전투' 측은 이 사실이 알려진 지난 6월 "과태료와 법적 처분에 따른 벌금 납부를 완료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촬영을 진행하기 전부터 스태프들을 모아놓고, 촬영하면서 연환경이 훼손되고 문제가 생기면 영화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고, 절대 그래선 안된다는 말을 계속 했어요. 매일 무엇을 찍어야 어떻게 찍을 지 적혀 있는 계획표가 있는데, 거기에도 항상 '동물들이 놀라니 크락션 누르지 마세요', '새싹들이 자라니 밟지 마세요' 이런 문구가 있었죠. 기름이나 연기로 환경이 오염될까봐 촬영장에서 모터가 달린 장비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어떤 영화 현장보다 자연 경관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행정절차로 '봉오동 전투' 측은 관련 허가를 모두 받은 와중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원신연 감독은 거듭 사죄의 뜻을 전했다.
"동강이 보존 지역이라는 걸 알고 동강에서 바로 철수했고, 영화에서 한컷도 사용하지 않고 재촬영했어요. 이런 실수들이 또 재발할 수 있으니 제도적으로 메뉴얼을 만들자고 저희의 제안으로 환경 단체와 논의도 진행하고 있고요. 이제 거의 막바지 단계로 알고 있어요."◆ "대본이 걸레 같아…" 친구이자 동료가 된 유해진
자연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주차장부터 촬영 장소까지 1시간이 넘게 장비를 들고 걸어 올라갔던 게 일상이었다. 특히 극 초반에 등장했던 오름 장면의 경우 "1시간 20분 동안 내내 경사가 급해 10분에 1번씩 사람의 한계를 시험하게 했다"고 원신연 감독은 그때를 돌아봤다.
힘겨웠던 시간, 유해진, 조우진, 류준열 등 주요 배우들이 촬영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달궜다고 원신연 감독은 고마움을 전했다.
"배우들의 표정으로 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유해진과 조우진, 류준열 3명의 배우가 온도를 항상 뜨겁게 했어요. 장비도 같이 들어주고요. 정신이 육체를 지배했던 시간이었어요. 몸은 힘든데 정신적인 온도는 배우들 덕분에 항상 좋았죠.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특히 친구이자 '봉오동 전투'의 선봉에 선 유해진에 대해선 "많은 제안을 줬다"면서 거듭 고마움을 드러냈다. "걸레가 될 정도로 대본을 봐요. 정말 디테일하고 세밀하게 준비해 오죠. 촬영을 하면서 많은 제안도 주고요. 매신, 매컷, 유해진 배우의 힘으로 황해철이 만들어졌어요. 이런 것도 참 의미가 있구나, 좋은 경험이라고 느꼈어요."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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