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낙태규제 완화…임신 20주 이전엔 의사 동의 없이 가능

임신 20주 이상이면 의료인 1명 동의 있어야 낙태 시술 가능

뉴질랜드가 임신 20주 이전 낙태 시술을 전면 허용하는 등 낙태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낙태를 범죄가 아닌 건강 문제로 다루는 방향으로 낙태 관련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AP,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뉴질랜드에선 1977년부터 낙태 관련법이 시행돼 일정 조건 아래 낙태가 허용되고 있지만, 낙태 시술은 여전히 형법의 규율을 받고 있다.

이는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불필요한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 정부는 임신 20주 이전인 여성은 의사의 동의를 받을 필요 없이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지금은 산모의 임신이 지속하면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위험하다는 데 의사 두 명이 동의해야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법 개정 이후에도 임신 20주를 넘긴 여성은 의료인 한 명의 동의가 있어야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다. 개정안에는 또 낙태 수술이 이뤄지는 병원 인근에서 낙태 반대론자들이 집회를 벌이는 것을 금하는 내용도 담겼다.
앤드루 리틀 뉴질랜드 법무부 장관은 "낙태는 뉴질랜드에서 아직도 범죄로 규정된 유일한 수술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라며 "여성은 자기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리틀 장관은 뉴질랜드가 낙태 관련법 개정을 통해 다른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개정안은 6개월간 공개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의회에서 과반의 찬성을 받으면 발효된다.

재키 에드먼드 가족계획협회 회장은 정부 개정안을 '거대한 진전'으로 평가하고 "여기까지 오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며 반겼다.

다만 에드먼드 회장과 일부 낙태권 옹호 단체 등은 임신 20주가 넘은 여성들도 낙태로 인해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한 발 더 나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낙태에 반대하는 기독교 보수단체 패밀리퍼스트는 정부 방침에 "충격과 실망을 느낀다"며 "태아의 상태와 산모의 안녕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항의했다. 인구가 약 490만명인 뉴질랜드에서는 2003년 낙태가 1만8천여건 시행되며 정점을 찍었다가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에는 1만3천건으로 줄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