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여서 일식집 가기 겁나요"

세종시는 요즘…

'사케 오찬' 불똥 튈까 메뉴 바꿔
북적거리던 일식집 발길 뚝 끊겨
“눈치가 보여서 요즘 일식집 가기도 겁이 납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세종시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식사 메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식집이나 일본식 라면집에 공무원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반일 감정이 강해지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괜히 일식집에 드나들었다가 구설에 오를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공무원들의 ‘몸사리기’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케 오찬’ 사건 이후 더 심해졌다. 이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사케를 곁들인 오찬을 했다가 논란이 되자 “일식집에 가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공무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실제로 5일 점심시간에 찾은 정부세종청사 인근의 한 일식집에는 손님이 한 팀밖에 없었다. 분리된 방이 많아 고위 공무원이 많이 찾는 이 식당은 평소에는 점심 때 예약조차 힘든 곳이다. 일식집 종업원은 “여름 휴가철인 데다 일본 수출규제까지 터지면서 손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무원들의 예약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근처 일본식 라면집에도 손님이 세 테이블뿐이었다. 젊은 공무원 사이에서 맛집으로 통해 점심에 길게 줄을 서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발길이 뚝 끊겼다.한 과장급 공무원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 외부 시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게 공무원의 특성”이라며 “속으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뉴를 고를 때 일식은 아예 배제하고 있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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