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조 파업에 자리 깔아주는 일 없어야

자동차와 조선에 이어 철강업계 노동조합까지 줄줄이 파업을 예고했다. 현대·기아자동차 노조는 조합원 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한 데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 파업권을 확보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제철 노조도 쟁의권을 얻었다. 포스코도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상 갈등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중노위의 ‘행정지도’ 결정에 따라 회사와 임금협상 교섭을 재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대화로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파업이라는 물리적 수단으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다.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려면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돼야 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임협 상견례 이후 법인 분할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두 달 동안 교섭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6월 말 노조가 돌연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교섭을 더 하라’며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지만 노조 측은 중노위 결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가결시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행정지도 결정 이후 쟁의행위는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쟁의조정을 다시 신청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인정한 셈이 됐다. 네 차례밖에 교섭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 파업으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세계 경기 침체,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로 산업계는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노조들이 연례행사처럼 파업 투쟁을 벌인다면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노조가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파업을 무기로 삼고, 사측은 대응방법이 없어 끌려다니는 ‘적폐’가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될 판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노위는 노사가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도록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중노위가 노조 파업의 발판을 마련해줘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