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문화유산까지 파는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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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리알토 다리 인근에 900년 역사의 산살바도르 성당이 있다. 12세기 알렉산데르 3세 교황이 수도원으로 건립한 이 건물은 16세기 재건을 거쳐 베네치아인의 성지로 사랑받아 왔다. 이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경매에 나왔다. 이탈리아 정부가 공공부채를 줄이기 위해 최저 입찰가 2800만유로(약 373억원)에 건물을 내놨다.
이탈리아는 로마 근처에 있는 치비텔라 체시 성(城)을 비롯해 전국의 주요 문화유산도 팔 예정이다. 이 같은 공공건물 경매를 통해 3년간 현금 120억유로(약 16조원)를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세계문화유산인 17세기 대저택을 3330만유로(약 450억원)에 팔았다.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스가 결혼식을 올려 유명해진 브라치아노의 고성도 매각했다.이탈리아 국가 부채는 2조3000억유로(약 3065조원)로 올해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의 134%에 이른다. 유럽연합(EU) 권고치인 60%의 두 배 이상이다. 나랏빚이 늘면서 문화유산 보수비도 감당하지 못해 로마의 ‘트레비 분수’ 개보수 비용 218만유로(약 27억3800만원)는 패션업체 펜디에 떠맡겼다. ‘스페인 계단’ 복원은 명품 브랜드 불가리의 150만유로(약 18억8000만원)로 해결했다.
이탈리아와 함께 문화유산이 많은 국가인 그리스도 빚을 갚기 위해 국유재산을 대거 팔고 있다. 유명 관광지인 산토리니 섬과 크레타 섬의 공항은 독일 회사에 넘어갔다. 아테네 인근 공항 부지는 중국과 아랍에미리트에 팔렸다. 에게해의 아름다운 섬 스트론길로는 미국 영화배우 조니 뎁 소유로 바뀌었다.
그리스 최대 항구인 피레우스항 운영권은 중국 원양운수그룹이 가져갔다. 두 번째 항구인 테살로니키항 운영권도 다국적 컨소시엄이 차지했다. 그리스의 국가채무는 올 1분기 국내총생산 대비 182%로 EU에서 가장 높다.이탈리아와 그리스의 참담한 현실은 ‘예고된 비극’이었다. 이들 국가는 노동생산성이 낮고, 공공부문이 비대하며, 정치권 부패지수가 높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나라 곳간을 넘어서는 선심성 복지 지출과 취약한 제조업 기반, 높은 지하경제 비율까지 겹쳐 있다. 그런데도 혁신 산업을 키워 경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다가 결국 ‘눈물의 바겐세일’에 나서게 됐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탈리아는 로마 근처에 있는 치비텔라 체시 성(城)을 비롯해 전국의 주요 문화유산도 팔 예정이다. 이 같은 공공건물 경매를 통해 3년간 현금 120억유로(약 16조원)를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세계문화유산인 17세기 대저택을 3330만유로(약 450억원)에 팔았다.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스가 결혼식을 올려 유명해진 브라치아노의 고성도 매각했다.이탈리아 국가 부채는 2조3000억유로(약 3065조원)로 올해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의 134%에 이른다. 유럽연합(EU) 권고치인 60%의 두 배 이상이다. 나랏빚이 늘면서 문화유산 보수비도 감당하지 못해 로마의 ‘트레비 분수’ 개보수 비용 218만유로(약 27억3800만원)는 패션업체 펜디에 떠맡겼다. ‘스페인 계단’ 복원은 명품 브랜드 불가리의 150만유로(약 18억8000만원)로 해결했다.
이탈리아와 함께 문화유산이 많은 국가인 그리스도 빚을 갚기 위해 국유재산을 대거 팔고 있다. 유명 관광지인 산토리니 섬과 크레타 섬의 공항은 독일 회사에 넘어갔다. 아테네 인근 공항 부지는 중국과 아랍에미리트에 팔렸다. 에게해의 아름다운 섬 스트론길로는 미국 영화배우 조니 뎁 소유로 바뀌었다.
그리스 최대 항구인 피레우스항 운영권은 중국 원양운수그룹이 가져갔다. 두 번째 항구인 테살로니키항 운영권도 다국적 컨소시엄이 차지했다. 그리스의 국가채무는 올 1분기 국내총생산 대비 182%로 EU에서 가장 높다.이탈리아와 그리스의 참담한 현실은 ‘예고된 비극’이었다. 이들 국가는 노동생산성이 낮고, 공공부문이 비대하며, 정치권 부패지수가 높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나라 곳간을 넘어서는 선심성 복지 지출과 취약한 제조업 기반, 높은 지하경제 비율까지 겹쳐 있다. 그런데도 혁신 산업을 키워 경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다가 결국 ‘눈물의 바겐세일’에 나서게 됐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