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7.4% 폭락…금융시장 '검은 월요일'

日 악재에 위안화 절하 쇼크
코스닥 12년 만에 최대 하락
원화값 3년5개월 만에 최저
바닥이 안 보인다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7위안 선을 넘어선 여파 등으로 5일 코스닥지수가 2015년 1월 8일 이후 최저치인 569.79로 추락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일본과의 무역전쟁이 시장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미·중 환율전쟁까지 덮치면서 금융시장이 2차 충격을 받았다. 코스닥지수가 12년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고, 원화 가치는 3년5개월 만에 최저로 추락했다.

5일 홍콩과 중국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그동안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7위안을 돌파했다.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은 것은 2010년 홍콩외환시장에서 위안화가 거래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기준환율을 달러당 6.9위안 이상으로 올린 게 결정적이었다. 최근 미국이 25% 관세를 적용 중인 기존 중국산 제품(2500억달러어치) 외에 나머지 3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도 다음달부터 1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예고하자 이에 따른 충격을 위안화 가치 절하로 완화하겠다는 중국 측 의도로 풀이된다.
위안화 환율 급등은 서울외환시장에도 곧바로 충격을 줬다. 원·달러 환율은 17원30전 급등(원화 가치 급락)한 달러당 1215원3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6년 3월 9일(1216원20전) 후 가장 높다. 달러당 1200원 선 돌파는 2년7개월 만이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자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000억원어치 이상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370억원 가까이 팔자 우위였다. 그 여파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동반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51.15포인트(2.56%) 하락한 1946.98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45.91포인트(7.46%) 폭락해 3년여 만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키는 제도)가 발동되기도 했다.코스닥시장은 2007년 8월 16일(77.85포인트) 후 약 1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등락률 기준으로는 2011년 9월 26일(8.28%) 후 최대치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날 다우지수가 장 초반 537포인트(2.03%) 이상 내리는 등 뉴욕증시도 급락했다.

불안해진 투자 자금은 달러 금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쏠리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88%포인트 내린 연 1.172%로 마감했다.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당시 세운 사상 최저 기록(연 1.20%)을 경신했다. 금값도 3.25% 치솟았다.
중국 위안화 가치 급락으로 5일 금융시장이 크게 휘청거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 급등한 달러당 1215원30전까지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51.15포인트(2.56%) 하락한 1946.98로 마감해 1950선이 붕괴됐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코스닥 3년여 만에 '사이드카' 발동…증시 하루 새 50兆 증발

5일 주식시장에는 개장 초부터 공포가 엄습했다. 일본과의 무역갈등이 시장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위안화 쇼크’라는 또 다른 초대형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지수는 마감 시간으로 향할수록 낙폭이 커졌다. 투자심리가 악화될 대로 악화되자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코스닥시장은 12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날 증시 시가총액은 50조원 가까이 날아갔다.

지수가 7% 넘게 폭락하자 장중 ‘사이드카’(지수 급변동 때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조치)가 발동되기도 했다. 1년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도 속출했다. 10개 종목 중 4개꼴로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악재가 끝없이 이어져 증시 바닥이 어디일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中 위안화 쇼크까지…‘엎친 데 덮친 격’

이날 증시 낙폭을 키운 1차적 요인은 미·중 무역전쟁 확전이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결정에 따른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환율 전쟁으로 비화하는 조짐이 일어났다. 지난주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보복관세 방침을 밝힌 데 맞서 중국이 사실상 위안화 절하에 나서면서 환율시장에 충격을 줬다. ‘1달러=7위안’이 무너지면서 위안화와 같이 움직이는 원화도 급락했다. 이는 외국인 증시 이탈을 불렀고, 지수 급락으로 이어졌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수출규제가 국내 경제에 ‘잽’을 날리는 거라면 미·중 무역전쟁 확전은 국내 거시경제 전체에 초대형 악재에 해당한다”며 “미·중 갈등이 환율전쟁으로 전이된다면 외국인의 본격 이탈을 초래해 금융시장의 2차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외국인은 일본의 수출규제 악재가 터진 지난달 이후에도 줄곧 한국 주식을 순매수해오다 지난주 후반을 기점으로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날 역시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000억원어치 이상 ‘팔자’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순매도한 7206억원은 지난달 순매수액의 34.6%에 달한다.

이날 한국 주식시장 낙폭은 아시아 증시 가운데 유독 컸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갈등 충격을 동시에 받을 뿐 아니라 피해가 가장 큰 국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12년 만에 최대 하락폭

이날 코스닥시장 낙폭(-7.46%)이 유가증권시장(-2.56%)보다 훨씬 컸다. 하루 만에 77포인트 이상 폭락하며 6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시장 낙폭은 2007년 8월 16일(77.85포인트) 이후 약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등락률 기준으로는 2011년 9월 26일(8.28%) 이후 최대치다.

코스닥시장 폭락은 무역전쟁, 환율 급등에다 ‘바이오주 쇼크’라는 ‘3중고’가 겹친 탓이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다른 아시아 증시에 비해 코스닥의 하락폭이 큰 것은 ‘바이오 거품’이 꺼지는 과정”이라며 “주가 급락으로 반대매매 등이 나오면서 바이오주 중심의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추세 반등 여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성장동력과 이를 뒷받침할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일본과의 무역마찰, 미·중 무역갈등 확대는 위축된 투자심리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며 “증시 펀더멘털(내재가치)이 불안한 상황에서 추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저점을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경기민감주와 수출주 비중을 축소하고 내수주와 배당주 비중을 확대하는 방어적인 포트폴리오가 유리하다”고 강조했다.반면 추가 하락 시 매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재고 물량이 많은 한국 기업에는 일본 수출규제가 재고 부담을 줄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역사적 저점에 다다른 주당순이익(EPS)이나 주가수익비율(PER) 추이를 고려할 때 W자형 반등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호기/김기만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