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가로막힌 국내 첫 부산신항 자동화 부두 반쪽 우려

서컨 일부 구간 폭 540m 불과…"800m 이상 확보해야"
개장 준비가 한창인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가 첨단 자동화 시설을 갖추고도 좁은 장치장 때문에 제구실을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부두 뒤쪽을 가로막은 육지화한 섬 '송도' 때문이다.

6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신항 서쪽에 새로 건설하는 3개 선석 규모의 2-5단계 부두 하부 토목공사를 이미 마쳤고, 2022년 상반기 개장을 위해 상부시설 설계와 하역 장비 발주 준비를 진행 중이다.

항만공사는 이 부두에 국내 처음으로 원격조종 방식 안벽 크레인을 설치하는 등 최고 수준 자동화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배를 대는 안벽과 장치장 사이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장비를 제외한 나머지 하역 장비는 모두 자동화해 완전 무인 자동화에도 대비한다고 항만공사는 밝혔다.

첨단 자동화 시설을 갖추지만 좁은 장치장이 향후 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본다.

자동화 부두가 효율을 제대로 내려면 폭이 최소 800m를 넘어야 한다. 중국, 미국, 싱가포르, 유럽 등지 자동화 부두 폭은 대부분 1㎞에 이른다.

2-5단계 부두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지로 변한 섬 송도가 부두 안쪽으로 돌출해 있기 때문이다. 송도에 가로막힌 구간의 폭은 신항 기존 부두들(600m)보다도 좁은 540m에 불과하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속한 송도는 길이가 동서로 약 300m, 남북으로 1㎞ 정도 되는 작은 섬이다.

면적은 28만1천㎡가량이다.

원래 바다 가운데 있었지만 서컨테이너부두 건설을 위해 바다를 매립하는 바람에 육지가 됐다.

앞으로 이 섬의 반대쪽에는 제2 신항과 배후 물류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는 서컨테이너부두를 계획할 때부터 여러 차례 송도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환경부 반대로 무산됐다.

항만업계는 폭 600m인 신항의 다른 터미널들이 장치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실정을 고려하면 서컨테이너부두의 장치장 폭을 800~900m로 넓혀야 하며, 송도를 제거하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신항 기존 터미널들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대부분 적정선(60%)보다 높은 70~80%대이고, 일부 터미널은 수시로 90%를 넘어 그만큼 운영효율이 떨어진다.

일부 터미널은 장치율을 낮추기 위해 부두 밖에 있는 공용장치장 등지에 빈 컨테이너를 옮겨 쌓아야 하는 지경이다.

부산항 모 터미널 운영사 대표는 "송도를 그대로 둔다면 서컨테이너부두에 엄청난 돈을 들여 첨단 자동화 시설을 갖춰도 제구실을 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며 "이는 부산항 전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만큼 개장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만공사 관계자도 "송도를 제거하지 않으면 장치장 부족은 물론이고 부두 배치 전체가 기형적인 모습을 띨 수밖에 없고, 배후도로도 활처럼 굽은 모양이 되는 등 많은 문제를 낳게 된다"며 "상부시설 설계가 마무리되기 전에 제거 방침이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두 개장 후 뒤늦게 문제를 해결하느라 제거에 나서면 많은 시설을 옮겨 설치하고 도로를 새로 내는 등 많은 돈과 시간을 허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신항 기존 부두들은 선박의 급속한 대형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건설한 탓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서컨테이너부두를 시작으로 앞으로 문을 여는 부두들은 이를 반영해 충분한 장치장과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게 항만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해수부는 내년에 확정할 제4차 항만기본계획에 송도를 제거하는 방안을 포함하려고 환경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수부와 항만공사 관계자는 "환경부 입장이 종전과는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연내에 가닥이 잡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