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구한 할아버지, 아이들 살린 군인…美총격현장 영웅들

지난 주말 무려 22명의 시민이 희생된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총격 테러 현장에 맨몸으로 가족과 어린이들을 지켜낸 '영웅'이 있었다고 NBC방송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건 당일 데이비드 존슨(63) 부부는 9살 난 손녀와 함께 신학기 맞이 쇼핑에 나섰다.총격은 세 가족이 계산대에서 물건값을 치를 무렵 시작됐다.

존슨의 딸인 스테파니 멜렌데스는 "총소리가 나자 아버지가 바로 어머니와 손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방패막이'로 썼다"고 밝혔다.

멜렌데스는 "아버지는 가족을 품속에 안아 숨겼다"면서 "정말 '아버지다운' 행동이었다"고 말했다.존슨의 희생적인 행동 덕분에 아내와 어린 손녀는 다치지 않고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았지만, 그는 세 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멜렌데스는 사고 전날에도 아버지가 "차가 고장 났다는 자신의 연락을 받자마자 피곤을 무릅쓰고 데리러 왔다"며 마지막까지 가족을 우선시했던 아버지를 추억했다.
CBS방송은 쇼핑센터 내 놀이방에 있던 어린이들을 데리고 대피한 현역군인 글렌던 오클리의 영웅적 행동을 조명했다.엘패소 인근 포트 블리스에서 근무하는 오클리 일병은 총격을 피해 인근 백화점으로 달리던 중 놀이방에서 아이들이 울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진 채로 겁에 질려 단체로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 가능한 많은 어린이를 데리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오클리 일병은 사건 당시 아이들과 아이들의 부모가 떠올랐다며 "다른 사람이 내 아이들을 위해 해줬으면 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자신의 행동이 영웅적인 것처럼 비춰지면서 주목받고 있지만, 지금은 가족과 아이를 잃은 희생자 가족들에게 집중할 때"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오클리 일병은 "군인으로서 훈련받은 대로 행동했다"면서 "내가 군인이라는 사실과 군에서 배운 것들에 대해 감사하다"고도 덧붙였다.

생후 2개월 된 아들을 지키려다 머리에 총을 맞고 숨진 20대 엄마와 같은 장소에서 숨진 아이의 아빠(24) 이야기도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