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t 싣고도 버젓이 운행…과적 화물차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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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흉기' 적발 건수 급증100t이 넘는 짐을 실은 과적 화물차가 도로 위를 돌아다니고 있다. 화물차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하지만 경찰은 적재중량을 잴 장비도 마땅치 않아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단속을 해도 화물차 운전자끼리 정보를 공유해 단속 현장을 피하기 일쑤다.
무게 측정 장비 없어 단속 허술
대인사고 4년째 2만여건 넘어
운전자끼리 단속 정보 공유
뇌물까지 주며 과적 운행
화물차 기사인 A씨(43)는 지난 4년간 25t 화물트럭으로 100t이 넘는 석재를 싣고 도로 위를 달렸다. 도로법상 화물차의 최대 중량인 40t을 두 배 이상 초과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A씨는 2015년 2월부터 전북의 한 국토관리사무소 공무원 B씨(48)에게 총 360만원 상당의 금품을 보냈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A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B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과적 화물차는 ‘도로 위의 흉기’로 불린다. 짐을 과도하게 실은 탓에 제동 거리가 늘어나고 방향을 틀다가 전복될 위험도 높아져서다. 적재 불량으로 화물이 도로로 날아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2017년 11월 경남 창원터널에서 화물차가 폭발해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사고도 과적 화물차에 실려 있던 드럼통이 반대편 차로에 떨어져 피해를 키웠다.하지만 과적 화물차는 줄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물차 과적 적발 건수는 지난해 4만8878건을 기록했다. 2015년 4만6347건 이후 매년 4만6000건 이상을 기록했다. 화물차 사고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화물공제조합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자가 낸 대인사고 건수는 2015년 2만1258건에서 3년 연속 늘어나 지난해 2만4724건을 기록했다. 한 화물차 운전자는 “과적하다 보면 빗길에선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을 때도 있다”며 “문제인 걸 알지만 시장에서 원하는 운송비를 맞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경찰청 연계 시스템 도입과적 화물차를 단속할 수 있는 근거 법령은 두 가지다. 도로법은 ‘총중량 40t, 축하중(軸荷重) 10t을 초과한 차량의 운행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고속도로 등에서 이를 단속하는 장비인 ‘다중 패드’를 보급하고 있다.
‘패드’는 화물차 바퀴에 걸린 하중을 재는 장비다. 기존에는 패드를 한 쌍만 두고 중량을 쟀다. 그러다 보니 능숙한 화물차 운전자는 앞바퀴가 패드를 지날 때 뒷바퀴 축에 걸린 압력을 높이는 식으로 패드에 기록되는 하중을 줄였다. 여러 쌍의 패드를 두면 여러 바퀴가 패드를 동시에 지나가 이런 ‘꼼수’를 쓰기 어려워진다.
국토부는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고속도로 482개 차로 중 327개에 설치된 다중 패드를 매해 20개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정해진 적재중량을 넘어선 과적 차량을 잡아내는 건 도로교통법에 따라 경찰 몫이다. 적재중량의 10%를 넘으면 단속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다중 패드처럼 화물 중량을 잴 수 있는 장비가 없다. 눈어림으로 차량에 실린 화물 무게를 추산하거나 화물주가 발급한 화물송장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화물량이 정확히 기록되지 않을 때가 많아 송장도 단속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단속 장비는 없는 상황”이라며 “주행 중인 화물차를 세우기도 쉽지 않아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단속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국토부는 경찰 및 각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지난 4월 닷새간 과적 화물차 합동단속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하지만 합동단속 기간이 지난 뒤엔 단속이 뜸해졌다는 게 화물업계의 이야기다. 한 화물차 운전자는 “합동단속도 고속도로 위주였다”며 “단속이 있더라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기사끼리 정보를 공유해 단속에서 벗어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파악한 적재중량을 경찰청 시스템과도 연계해 도로교통법 위반 내용을 단속할 예정”이라며 “연계된 시스템을 이달 시험 운영한 뒤 문제가 없으면 전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