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승객 살린 아시아나의 '아름다운 회항'

지난달 응급환자 이송 위해
항공유 15t 버리고 비상착륙
서울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로 지난 5일 손글씨로 쓰인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색동 무늬가 선명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가 그려진 편지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지난달 8일 미국 뉴욕발(發) 인천행 아시아나항공 OZ221편에 탑승한 여덟 살 최모양이 보낸 그림 편지(사진)였다.

엄마와 함께 비행기에 오른 최양은 출발 1시간30분 뒤부터 심한 고열과 복통을 호소했다. 응급조치에도 좀체 회복되지 않았다. 차명호 선임기장과 조한주 수석사무장은 고심 끝에 응급 환자의 이송이 최우선이라고 판단, 항로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공항으로 기수를 돌렸다. 470여 명의 탑승객도 아이를 구하기 위한 비상착륙에 동의했다.비상착륙 과정에서 OZ221편은 항공유 15t을 공중에 버렸다. 연료를 소진해 무게를 줄여야 안전한 착륙이 가능해서다. 항공기는 재급유를 마친 뒤 앵커리지공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예정보다 4시간가량 늦게 도착했다. 기장이 “긴급 회항으로 지연돼 승객 여러분께 죄송하고, 협조에 감사드린다”는 기내방송을 하자 승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