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 "3상 실패는 오해…美 신약허가로 신뢰 회복"

Stock & CEO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

성급한 임상결과 발표, 주가 급락
경험 부족에 따른 시행착오
모든 데이터 분석, 신약 가치 충분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위암 관련 글로벌 임상 3상 종료 직후 중간 발표가 성급했고, 서툴렀습니다. 신약 허가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가운데 회사도 임상 3상 발표 경험이 없다 보니 오해가 오해를 불렀습니다. 뒤늦게 모든 임상 3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임상학적으로 ‘리보세라닙’이 신약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사진)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신청(NDA)에 대한 기존 발표 내용을 번복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진 회장은 지난 6월 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차 유효성 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탁월했지만 전체 생존기간(OS)이 임상 목표치에 부합하지 않았다”며 “내부 전문가들이 신약 판매허가 신청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시장은 진 회장의 발언을 ‘임상 실패’로 받아들였고, 에이치엘비 주가는 급락했다. 코스닥시장 바이오주 동반 급락의 빌미가 됐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5일 오후 2시 유튜브를 통해 정반대 결과를 발표했다. 진 회장은 “글로벌 3상 전체 데이터를 확정하고 분석한 결과 임상학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다수의 지표를 확인했다”며 “전문가 조언을 거쳐 신약 판매허가 신청을 목표로 사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허가받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의견을 냈던 내부 자문그룹이 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의견을 뒤집었다는 얘기다. 진 회장은 “전체 생존기간인 OS가 통계학적 의미가 있다면, 암이 진행되지 않고 생존한 기간을 의미하는 PFS는 임상학적 의미를 가진다”며 “FDA가 신약 승인을 할 때 통계학적 의미(OS)보다 임상학적 의미(PFS)에 더 큰 의미를 둬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OS가 플라시보(가짜약) 대조군과 비교할 때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결과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는 “임상 디자인 실패일 뿐”이라는 게 진 회장의 설명이다. 임상 3상은 환자 460명 가운데 3분의 2에 리보세라닙을 투약하고, 나머지 3분의 1에는 가짜약을 투약했다.진 회장은 “가짜약을 투여받은 환자와 신약 투여 환자의 생존기간이 비슷했지만 OS 값 자체가 글로벌 경쟁 신약보다 길었다”며 “한 달마다 암이 악화된 환자는 임상 대상에서 탈락하는데 대부분 가짜약 투여 환자였고, 이들이 임상 대상 탈락 후 다른 약을 처방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PFS뿐 아니라 질병통제율(DCR) 객관적반응률(ORR) 등 유의미한 데이터도 탁월한 성과가 있다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임상 3상 관련 전체 데이터는 9월 말께 열리는 유럽암학회(ESMO)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에이치엘비는 이달 중순께 FDA에 리보세라닙 관련 사전 NDA 미팅을 신청할 계획이다. 사전 미팅은 개발사와 FDA가 신약의 유효성, 데이터 분석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합의하고, 이에 맞춘 양식으로 신청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조율하는 자리다. 10월 중순께 진행할 예정이다. 이 미팅 결과를 토대로 11월께 미국 NDA를 준비할 계획이다.

사전 NDA 미팅 결과에 대해선 낙관했다. 그는 “전문가들과 논의한 결과 미팅에서 정식 허가신청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잘못돼도 소규모 보완임상 수준일 것”이라며 “글로벌 3상 데이터가 양호해 신청 거부 등을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신청 후 6~8개월 뒤면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시장에선 이 같은 에이치엘비의 행보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이날 주가도 9.45% 급락하며 마감했다. NDA 신청 계획이 ‘임상 실패에 대한 시간 끌기용’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진 회장은 “에이치엘비는 위암보다 시장이 10배 큰 간암 초기 글로벌 3상도 진행하고 있다”며 “두 달 후면 사실 여부가 드러날 일을 놓고 거짓으로 사전 NDA 절차를 밟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김동현/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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