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日 보복에도 '초격차' 확대…세계 첫 '6세대 V 낸드' SSD 양산

100단 이상 셀 한번에 뚫는
'채널 홀 에칭기술' 최초 적용
공정 수 줄여 생산성 20%↑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또 한 번 ‘초격차’를 증명했다. 128단을 적층한 6세대 V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한 PC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면서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반도체 소재 조달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기술력을 통해 미세 공정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6세대 256Gb(기가비트) TLC V 낸드’를 기반으로 한 기업용 PC SSD를 양산해 글로벌 PC 업체에 공급했다고 6일 발표했다. 구체적인 적층 단수를 밝히는 대신 ‘1XX단’이라고 표현했지만, 시장에서는 128단 적층에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128단 적층 낸드 양산은 SK하이닉스가 이미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대신 128단 낸드를 기반으로 한 SSD 양산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다.

삼성전자의 128단 적층 성공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100단 이상의 셀을 한 번에 뚫는 ‘채널 홀 에칭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메모리 등 경쟁사들은 100단 이상을 한 번에 뚫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64단씩 두 차례로 나눠 구멍을 뚫고 있다. 90단 이상 적층된 제품의 최상단에서 최하단까지 수직으로 한 번에 균일하게 뚫는 공정 기술을 가진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공정 수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적은 만큼 제품 마진은 더 높아진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셀을 높이 쌓을수록 용량이 커지는데, 이때 속도를 유지·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회사 측은 초고속 설계 기술을 적용해 TLC V 낸드 역대 최고 속도(데이터 쓰기 시간 450㎲ 이하·읽기응답 대기시간 45㎲ 이하)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5세대(92단) V낸드보다 공정 수와 칩 크기를 줄여 생산성도 20% 이상 높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