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임진왜란 언급하며 '克日 첨병' 부품업체 격려

日서 수입하던 기술 국내 첫 개발 업체 방문…"산업생태계 바꾸는 기회 되길"
업체 대표 "일본 제품 능가할 것"…文대통령 "적극 지원하겠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불참…'상황반장' 업무 주력키로
"수출규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데 SBB로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본 경제보복 사태 후 첫 기업 현장 방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경기 김포시의 정밀제어용 감속기 생산 전문기업인 SBB테크를 방문해 직원들을 이같이 격려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방문에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 중 하나인 국산 부품·소재·장비 분야의 대일(對日)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문 대통령이 찾은 SBB테크는 반도체·LCD 장비 및 로봇 정밀제어 등에 필요한 감속기와 베어링 등을 생산하는 부품업체로, 여태 일본에서 수입해 오던 '로봇용 하모닉 감속기'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업체다.일본 수출규제 대응 주무 부처 장관인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해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등과 함께 SBB테크를 찾은 문 대통령은 우선 업체 현황을 보고받았다.

제품 생산 공정을 시찰한 문 대통령은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산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류재완 대표이사는 "50년간 일본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던 제품을 각고의 노력 끝에 (국산화를) 해내고 말았다"며 "지금까지는 일본 제품을 따라갔지만 이제는 일본을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류 대표가 자신만만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자축과 격려의 의미로 손뼉을 한 번 치자"며 박수를 유도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해 우리 국민과 정부,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부품·소재 기업, 특히 강소기업의 소중함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임진왜란을 언급해 눈길을 끌기었다.문 대통령은 "임진왜란 때 일본이 탐을 냈던 것도 우리의 도예가와 도공들이었다고 한다"며 "우리가 식민지와 전쟁을 겪으면서도 우리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도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술을 개발해도 국내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해 고전하는 일이 많았는데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일본 제품을) 우리 제품으로 대체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의 부품·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들에 당장 어려움이 있지만 길게 보고 우리의 산업생태계를 바꾸는 기회로 삼아 나갔으면 한다"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지원을 약속하자 직원들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화답했다.

한 직원은 "일본 선도업체의 벽이 높아 검증되지 않은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데 주저함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정부의 지원으로 기술적 피드백을 나누고 있어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중소기업은 연구개발 인력이 부족해 국산화 기술개발에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 주도로 많은 부분이 지원되면 우리 제품들이 품질, 단가 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우리가 주요한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서둘러야겠다는 정책적 목표가 모아지고 있어 SBB의 미래는 더욱 밝다고 생각한다"며 사기를 북돋웠다.

문 대통령은 동행한 유영민 장관에게 "중소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도 대기업 쪽에 납품하기가 쉽지 않아 고전하게 된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제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게 품질의 공적 인증 절차까지 챙겨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애초 문 대통령과 동행할 예정이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번 방문에 불참했다.

청와대는 공지를 통해 "정책실장은 내부에서 챙겨야 할 업무가 많아 대통령 일정 참석을 최소로 줄이기로 했다.

대신 경제수석이 대통령 일정에 주로 참석하는 것으로 기조를 세웠다"고 설명했다.이는 김 실장이 청와대 내에서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대응을 위한 상황반 반장을 맡은 만큼, 이 활동에 보다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