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보복에 태극기 판매량 증가했지만…중국산 '태반'

지난달 온라인쇼핑몰서 태극기 판매량 큰 폭 증가
유통가 중심으로 애국심·태극기 마케팅 봇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국내 태극기 제조업체 고사 직전
사진=연합뉴스
일본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 속 지난달 태극기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복절을 앞두고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된 저가 제품인 점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다수의 온라인쇼핑몰에 의하면 지난달 태극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300% 이상 늘었다. 티몬은 이날 지난달 태극기 판매량이 313% 증가했다고 밝혔다. 7월은 과거부터 태극기 판매량이 증가할만한 뚜렷한 요인이 없는 달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티몬 관계자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등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태극기 소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광복절을 앞두고 있는 등 여러 가지 상황상 자녀들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기회로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G마켓도 최근 한 달 기준(7월6일~8월5일) 태극기 판매량 증감 추이를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위메프에서도 판매량이 3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위메프에서는 최근 일주일(7월29일~8월4일) 태극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무려 2387% 폭증한 것으로 나타나 태극기를 찾는 일반 소비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태극기 매출 집계가 어렵다고 밝힌 11번가는 대신 검색량으로 분위기를 전했다. 11번가에 따르면 지난달 태극기 검색 횟수는 1917회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유통가도 태극기를 활용한 애국심 마케팅이 뚜렷하다. 지난 5일 홈플러스는 광복절을 맞아 '카스 태극기 이색 패키지'를 한정 판매하기로 했다. 국산 맥주 판매 장려를 위한 애국 마케팅 취지다.

카스 캔맥주 12개(355㎖)로 구성된 이 패키지는 카스를 나타내는 파란색 바탕에 태극기의 건곤감리가 프린트된 파우치에 담겨 판매된다.

패션업계에서는 아웃도어 브랜드 K2가 스테디셀러 패딩인 '코볼드'의 한정판 '2019 코볼드 독도 에디션'을 내놨다. 이는 K2가 진행하는 '러브 코리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코볼드의 소매 부분의 태극기와 독도 이미지를 추가했다.GS리테일도 편의점 GS25 등 유통채널을 동원해 이달 1일부터 태극기 역사 알리기와 독도 영유권 강화를 위한 독도사랑 에코백 증정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독립기념관과 손잡고 태극기 역사를 소개하는 스티커를 제작해 도시락 전 상품에 부착하기로 했다.

문구 업계도 태극기 마케팅이 돋보인다. 11번가는 모나미에서 출시한 'FX153 광복절 기념 패키지'를 지난 5일부터 예약 판매하고 있다. 투명한 바디 안에 태극무늬, 건곤감리, 무궁화 이미지가 디자인된 볼펜심을 적용했으며 태극기를 연상시키는 흑·청·적색 잉크 색상 4개의 볼펜으로 구성됐다.

맞춤 스티커, 티셔츠, 열쇠고리, 바이크용품 판매몰인 안티러스트코리아 삼브로스에서 생산하는 일본 불매운동 관련 스티커도 최근 인기상품으로 등극하는 등 태극기 수요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사진=안티러스트코리아 삼브로스 캡처]
하지만 태극기 열풍에 비해 국내 제조업체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태극기를 직접 제조하는 업체는 현재 10곳이 채 안 되는 상황이다. 국내 유통 중인 태극기의 상당수가 저가의 중국산 수입품으로 품질이 뛰어난 국산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극기를 구매할 때 천이나 제품의 질을 따지는 소비자가 없어서다.

또한 태극기는 '대한민국국기법'에 따라 제작돼야 한다. 중국산이 이러한 규정을 지킬 리 없다. 규격에 맞지 않는 모양은 물론 쉽게 손상돼 오래 보관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국내 태극기 생산 기반을 법으로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4월 국내 제조의 태극기 우선 구매 및 지원을 골자로 하는 '대한민국국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SNS에 각종 형태로 태극기 인증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차량 부착용 태극기 스티커 판매 증가 등 일반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태극기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며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가 철회되지 않은 한 지금과 같은 태극기 판매량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가 구매하는 대부분 태극기가 중국산이라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하는 분위기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태극기 정 비율 [사진=행정안전부 홈페이지 캡처]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