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영토 갈등·화웨이 배제 문제로 잇단 신경전

'라다크' 인도연방 직할지 지정에 중국 반발…인도 "국내 문제"라며 일축
"5G 사업에 화웨이 배제 말라"…중국, 인도에 경고
미·중 갈등에 발목 잡힌 중국이 이번에는 인도와 영토 분쟁 및 화웨이 배제 문제로 잇따라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중국과 인도는 2017년 영토 분쟁으로 73일간 도카라(중국명 둥랑<洞朗>·부탄명 도클람) 지역에서 무장병력을 배치해 대치한 상황이 빚어진 적이 있어 이번 사태 또한 주목받고 있다.

와중에 중국은 인도에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 화웨이(華爲)를 배제하지 말라며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7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인도 정부가 지난 5일 잠무-카슈미르의 주(州) 지위를 없앤 뒤 잠무-카슈미르, 라다크로 분리해 연방 직할지로 직접 통치하겠다고 결정하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인도 최북단에 있는 라다크는 잠무-카슈미르 동쪽에 자리 잡은 지역으로 중국과 맞닿은 곳이다.

화춘잉 대변인은 "중국은 인도가 중국과 인도의 국경 서쪽의 중국 영토를 인도의 행정 관할 구역으로 포함하는 데 반대해왔다"면서 "이 입장은 확고하며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인도 정부가 자국법을 일방적으로 개정하는 방식으로 중국 영토 주권을 훼손하는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일축했다.그는 "중국은 인도가 국경 문제에 있어 언행을 신중히 하고 양측이 합의한 관련 협정을 엄격히 준수해 국경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인도 측이 곧바로 발끈하고 나섰다.

라비시 쿠마르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라다크를 연방 직할지로 지정한 것은 국내문제라며 중국의 반발을 일축했다.쿠마르 대변인은 "인도가 다른 나라의 국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듯 다른 국가도 그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라다크는 인도가 실질적으로 관할하는 지역으로 1962년 중국과 인도가 영유권을 놓고 무력 충돌을 벌인 이후에도 아직 국경분쟁이 해소되지 않는 곳이다.

2017년 8월에는 인도와 중국이 각각 3분의 1과 3분의 2를 분할 통제하는 라다크의 판공(班公) 호수 인근에서 양국 군인 간에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부탄 서쪽의 도카라에서는 같은 해 6월 중국군이 도로 건설 공사를 진행하자 인도군이 항의했고 이후 인도군과 중국군 수천 명이 73일간 무장한 채 대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파키스탄과 밀접한 우호 관계인 중국은 카슈미르 지역을 놓고 다투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 갈등에 대해서도 자제를 촉구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 정부가 현 카슈미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역사적 현안이자 국제사회의 관심 사안이라 절제와 신중을 기해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최근 인도 측에 5G 사업에 화웨이를 배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10일 비크람 미스리 주중 인도대사를 불러 화웨이 장비 퇴출에 나선 미국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인도가 화웨이를 배제하면 중국 내 비즈니스와 연관된 인도 기업에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현재 인도는 조만간 5G 시범사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인도 현지 이동통신 회사와 함께 진행하는 이 사업에는 화웨이를 비롯해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이 신청할 예정이다.

다만, 화웨이의 인도 5G 사업 참여에 대해서는 인도 정부 일각과 업계에서 반대하는 기류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인도는 화웨이에 어떤 프로젝트라도 허락하려면 먼저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인도 통신장비서비스수출진흥위원회(TEPC)도 지난해 말 정부에 통신, 철도, 국방 등 정부 관련 장비에 화웨이 등 중국산 통신장비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