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스퍼 국방장관 오늘 방한…'분담금 청구서' 관심(종합)

내일 한미국방장관 회담…방위비 등 '4대 안보쟁점' 거론 주목
지난 7월 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를 순방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부 장관이 8일 오후 늦게 서울에 도착한다.에스퍼 장관은 방한 기간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수장들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주요 한미동맹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방한 이틀째인 9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갖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회담에서 양측은 한반도 안보 정세 평가를 공유하고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정책 공조,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동맹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국방부는 주요 현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에스퍼 장관의 방한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건 역시 '방위비 분담금 증액'. '호르무즈 해협 파병',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이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한미가 본격적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둔 시점인 만큼 에스퍼 장관도 어떤 식으로든 언급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7일(현지 시간) 한국을 '매우 부유한 나라'(very wealthy nation)라고 칭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며 압박하기도 했다.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지난달 25일 방한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을 만나 분담금 인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퍼 장관도 방한 기간 정 실장과 강 장관 등을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원하는 인상액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지만, 올해 분담액 1조389억원의 6배에 육박한 50억달러(이날 환율로 약 6조540억원)를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한국 정부는 제11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을 위한 협상대표 인선과 TF 구성을 추진 중이다.

에스퍼 장관의 이번 방한은 한미가 전작권 전환에 초점을 맞춘 하반기 연합연습에 돌입하고, 북한이 이에 대한 반발로 잇따른 무력시위를 전개하고 있는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5일 사전연습에 해당하는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시작했으며, 오는 11일부터 약 2주간 한반도 전시상황 등을 가정한 본훈련에 돌입한다.

한미는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연습 명칭에서 '동맹'이라는 표현을 뺐는데 에스퍼 장관의 방한에 맞춰 명칭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두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한편, 실전 배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평가와 대응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국에 대한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참여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장관 회담 테이블에 의제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연합체 참여에 대한 미국의 공식 요구는 없었다면서도 "우리 선박도 위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체 판단해서 (파병을)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한미 갈등 속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지소미아에 대해 에스퍼 장관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본 언론은 앞서 지난 7일 도쿄에서 열린 에스퍼 장관과 이와야 방위상과의 회담 결과와 관련, 두 장관이 지소미아를 포함해 한미일 협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이번 회담에서 방위비나 지소미아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회담 의제는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방부는 미국이 지상 발사형 중거리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도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회담 의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5일에도 "미국 측과 중거리 미사일 도입과 관련해 공식 논의하거나 자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으며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호주 방문길에 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 발언으로 일본과 호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긴장시켰던 에스퍼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난 결코 어느 누구에게도 아시아 내 미사일 배치에 대해 요청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설명했다.에스퍼 장관은 미국의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25년간 육군과 버지니아 주방위군에서 복무했으며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냈고 방산업체 레이시온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