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나주시, 열병합발전소 행정처분 지연 위법"(종합)

"1년 6개월간 보완요구만…결정 끌어선 안 돼" 연료 승인·사업 개시 청구는 기각
전남 나주시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사용승인 신고 등을 접수하고도 1년 6개월 넘게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법 행정2부(이기리 부장판사)는 8일 난방공사가 나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SRF 사용승인처분 등 위법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나주시가 2017년 11월 난방공사의 신고를 받고 1년 6개월 이상 수리나 거부 등 처분을 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리를 필요로 하는 신고는 법적 요건에 맞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수리해야 하며 공익상의 사유가 있으면 거부나 보완 요구가 가능하다"며 "오랜 기간 보완 요구를 했다면 보완한 내용을 살펴 처분을 내려야 한다. 보완 요구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기간 아무 처분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소송은 합의에 의한 해결보다는 소극적 위법을 제거하고 자 하는 목적이 있는 소송"이라며 난방공사의 연료사용 승인 및 사업 개시 신고 수리 청구는 기각했다.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가동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가 12일 예정된 민관협력 거버넌스 협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선고를 연기해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한 데 대해서도 "나주시의 부작위 위법만 판단하는 소송이며 거버넌스 합의 도출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위(作爲)란 일정한 행위를 하는 것이며 부작위란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즉, 이번 사건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위법임을 법원이 확인해달라는 소송이라는 것이다.

난방공사는 2017년 12월 나주에 쓰레기와 폐비닐 등을 연료로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SRF 발전소를 준공했지만 지역주민 반대에 부딪혀 인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난방공사는 지난해 1월 나주시에 연료사용 승인과 사업 개시 신고를 수리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나주시는 신고 접수 이후 8차례에 걸쳐 SRF 파쇄 사용계획과 환경오염 방지대책 등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난방공사는 완공된 지 1년 이상 지나 서류 보완을 요구한 점 등을 이유로 나주시가 주민 민원 때문에 적법한 이유 없이 연료사용 승인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정부·지자체·난방공사·시민단체·지역주민 등이 참여한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구성해 갈등 해결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 하고 있다.

거버넌스는 시험가동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연료 방식을 변경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의 보전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난방공사의 요구로 다시 표류하고 있다.

거버넌스는 오는 12일 12차 회의를 앞두고 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이번 회의에서도 난방공사가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학생 등교 거부, 갈등 해결에 소극적인 기초의원 주민소환 운동 전개 등을 벌일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