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신흥국 채권펀드…美·中 환율전쟁에 수익률 주춤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에 '뚝'
북미 채권펀드는 여전히 강세
최근 미국과 중국(G2) 간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올 들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는 등 강세를 보였던 신흥국 채권에도 점차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31개 신흥국 채권펀드의 지난 1주일간 수익률은 0.16%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반면 같은 기간 북미 채권펀드는 2.42%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양호한 성적을 냈다.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는 ‘멀티에셋삼바브라질’ 펀드는 지난 1주일간 -0.97%의 손실을 내는 등 올 들어 고공행진하던 수익률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아시아 유럽 라틴아메리카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국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삼성누버거버먼이머징국공채플러스’ 펀드도 지난 한 주에만 -0.32%의 손실을 기록했다.

신흥국 채권펀드는 미국이 금리 인하 쪽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하면서 ‘고수익 사냥’에 나선 글로벌 자금이 대거 유입돼 올 들어서만 10%가 넘는 수익을 냈다. 그러다 이달 들어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되는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신흥국 채권의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환율전쟁으로 중국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단 환변동에 노출된 채권형 펀드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소 ‘매파’(통화긴축)적으로 돌아선 점도 신흥국 채권의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 채권에 대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이달 들어서만 5.63% 급등(헤알화 가치 하락)하는 등 미·중 환율전쟁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 등에 따라 현지 채권 가격이 다소 올라가겠지만 헤알화 가치 상승 기대가 높지 않아 올해 상반기와 같은 두 자릿수 수익률은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