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당 쪼개져 원내정당 8개 '41년來 최다'…총선 새판짜기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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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8개월 앞두고내년 4·15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범(汎)진보와 보수 진영 재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내홍으로 초읽기에 들어간 민주평화당의 분당이 현실화하면 원내 정당만 여덟 개가 난립하게 된다. 원내 정당 수를 기준으로 1978년 11월에 치러졌던 10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최대다. 바른미래당도 분당 위기에 있어 원내 정당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평화당 의원 10명 탈당 선언
범진보 5당·범보수 3당 체제
'보수 빅텐트' 모색하는 한국당
4→8개로 늘어난 원내 정당평화당 비당권파로 구성된 ‘대안정치연대’는 8일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 전원이 평화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며 “오는 12일 전원이 참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을) 결행하겠다”고 밝혔다. 탈당 대열에는 유 원내대표를 포함해 김종회·박지원·윤영일·이용주·장병완·장정숙·정인화·천정배·최경환 의원 등 현역 의원 10명이 참여한다.
21대 총선을 8개월 앞두고 구체적인 정개 개편의 ‘행동’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지원 의원은 “바른미래당 의원들과는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며 “외부 인사 영입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평화당이 분당하면 범진보 진영의 원내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대안정치연대, 정의당, 평화당, 민중당 등 다섯 개가 된다. 보수 진영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 세 개다. 내부 갈등이 극심한 바른미래당까지 나눠진다면 일시적으로 아홉 개 정당이 원내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1978년 치러진 10대 총선에서 여덟 개 원내 정당이 나온 이후 41년 만에 최대다. 20대 총선에선 민주당과 새누리당(한국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네 개 정당이 원내에 진입했다.세 개로 나뉜 ‘국민의당’
원내 정당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강력한 제2 야당의 실종이다. 20대 총선에선 대권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끈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중도세력을 흡수했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의원들도 별도로 세력화하지 않고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총선 2년 만에 바른정당과 합쳐지면서 바른미래당이 됐고, 잔류파들은 민주평화당을 세웠다. 하지만 평화당은 다시 당권파와 대안정치연대로 쪼개졌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야권에 강력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4당 이상의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가 보수 세력 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과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간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개혁보수의 상징과 같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통합하고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보수 빅텐트’ 통한 야권 결집 움직임도
한국당 내부에선 범보수 연대를 위한 구체적인 야권 재편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근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은 매우 중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와의 통합을 공식 거론하면서 불을 댕겼다. 한국당의 ‘빅텐트’ 아래 범보수가 결집해 내년 총선 승리를 도모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이대로 가다간 백전백패”(장 의원)란 위기의식이 적지 않다. 심 의원은 “진보 진영에서 정의당이나 평화당 등은 전국적인 후보를 내지 못하고, 호남 일부에서만 경쟁할 것”이라며 “반면 한국당은 영남 지역에서 우리공화당 등과 치열하게 싸워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대거 우리공화당으로 옮길 경우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도 보수 진영이 분열돼 있어 표가 넘어오지 않고 있다”며 “보수가 통합해 양당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민주당은 최근 정계 개편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진보 진영의 분화가 일부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고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다만 PK(부산·울산·경남) 중심의 친노(친노무현)와 친문(친문재인)계가 ‘호남을 홀대한다’ 또는 ‘권력을 독식한다’는 등의 프레임에 걸려들 경우 호남지역에서 생각보다 의석을 적게 얻을 수 있다.
김우섭/고은이/김소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