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개별허가 지정 안하면 '854개 非민감품목' 수입엔 큰 차질 없어

한·일 경제전쟁 '확전 자제'

일본 화이트리스트 Q&A
8일 오전 10시30분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중 첫 수출허가가 나왔다고 보도한 직후였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무기전용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수출허가를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강경 일변도에서 확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Q.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1100여 개 품목 모두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나.

A. 아직까지 일본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1120개 전략물자 중 미사일, 핵물질 등 직접적인 무기류에 해당하는 263개 민감 품목은 기존에도 개별허가 대상이었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됐기에 일반포괄허가 대상이던 857개 비민감 품목이 원칙적으로 특별일반포괄허가나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뀐다. 반도체의 기본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 수소자동차 등에 쓰이는 탄소섬유 등이 대표적인 비민감 품목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수출무역관리령 시행세칙인 포괄허가취급요령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으로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을 명시하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수출심사 과정이 복잡해지고 기준이 깐깐해질 뿐 포괄허가를 받는 품목에는 변화가 없다고 보도하고 있다.
Q. 일본 정부는 앞으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는가.A.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전반적인 수출통제 강화의 일환으로 군사전용이 쉬운 품목의 개별허가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일본 정부의 추후 대처를 살펴봐야 한다. 일본 정부는 7일 발표한 시행세칙에 신규 개별허가 품목을 명시하지 않았을 뿐이지, 앞으로 개별허가 품목을 확대하지 않겠다고 밝히지 않았다.

Q. 특별일반포괄허가는 화이트리스트의 일반포괄허가와 어떻게 다른가.

A. 일반포괄허가제에선 한 번 수출허가를 받으면 통상 3년간 수출기업이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었다. 일본 수출업체가 자율적으로 관리한다. 하지만 특별일반포괄허가에선 일본 경제산업성의 사전 수출심사, 검사 등 수출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이 크게 늘어난다. 특별일반포괄허가제는 경제산업성이 수출 계획을 제출받으면 해당 기업이 어떤 시스템 아래에서 어떤 사내 규정을 이용해 수출관리를 하는지 경제산업성 직원이 기업을 직접 방문해 확인토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쳐 경제산업성으로부터 ‘자율준수무역거래자’ 승인을 받은 기업만이 간소화된 절차에 따라 수출할 수 있다.Q. 일본의 규제 품목이 한국 기업의 외국법인엔 수출 가능한가.

A. 가능하다. 실제 일본 정부는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에 규제 대상인 고순도 불화수소를 수출할 수 있다는 허가를 내줬다. 전략물자관리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중국 법인은 중국으로의 수출로 잡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수출 규제 제품이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서류를 일본 정부에 해당 법인이 내야 한다”며 “만약 최종 종착지가 한국이면 규제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LG화학 등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일본산 파우치(배터리 셀을 감싸는 재질)를 사용 중인데, 일본 정부가 파우치를 개별허가 품목으로 지정해도 LG화학의 해외 공장에선 일본산 파우치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Q. 특별일반포괄허가로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는 무엇인가.A. 화이트리스트 국가가 아닌 나라의 기업과 전략물자를 거래할 때 개별허가 없이 3년 단위 허가를 받기 위해선 일본 정부로부터 ‘자율준수무역거래자’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CP(compliance program)’다. 한국 기업이 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과 거래하면 개별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기존처럼 3년 동안 소재와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일본의 스미토모화학, 도레이, 무라타제작소 등 주요 화학·소재·부품 업체는 CP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에서 1300여 개사가 CP 인증을 받았다. 국내 기업의 일본 거래처가 CP 인증이 없는 기업이라면 수출 때 건건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서민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