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장 약속 어찌 하루 만에 뒤집나…분통 터집니다"

강원 학교 청소원 15명, 도교육청 맨바닥서 사흘째 농성
도교육청 "추후 논의 이어갈 상황이지 정년 연장 합의 아냐"
"여기 있는 늙은이들은 학교서 대부분 10년씩 청소를 했어요. 교육청은 정년 연장에 합의해놓고서 하루 만에 뒤집어버리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죠."
9일 강원 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 소속 청소원 15명이 사흘째 도교육청 2층에서 고용보장을 주장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민병희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맨바닥에 앉아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60세 이상 고령이 대부분인 이들은 농성이 길어질수록 제대로 된 식사보다는 김밥이나 빵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후텁지근한 날씨에 제대로 씻지 못하는 등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불편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다.

약속을 하루 만에 번복한 교육청으로부터의 배신감과 고용불안, 가족들을 두고 온 것에 대한 미안함 등이 고령의 청소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전까지 청소원 3명이 두통 등을 호소해 구급 차량으로 병원이나 집으로 돌아갔다. 강릉 중앙초등학교에서 9년 동안 청소를 해오던 양순자(61)씨는 "지난해 교육청이 청소원 직고용을 얘기했을 때 많이 기대했었는데 지금껏 더 나아진 점은 없다"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지 1년 반 만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성토했다.

학비노조는 "지난달 말 도교육청과 면담을 통해 65세 미만 청소원은 68세까지 정년을 늘리고, 65세 이상 청소원은 2년 동안 정년을 유예하기로 합의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도교육청의 입장은 다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대화에서 오간 내용은 합의가 아닌 논의"라며 "재임용은 도교육청이 아닌 각 학교장 재량"이라고 답했다.

이견의 시작점에는 '사전 심사제' 도입이 있다.

사전 심사제란 정부의 '일자리 정책 5개년 로드맵'(2017년 10월 18일)에서 밝힌 비정규직의 '사용 사유 제한원칙'을 제도화한 것으로 비정규직 양산을 막고 고용안정을 확립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기간제법에 따라 2년까지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 사유 제한방식'을 도입하면 상시·지속적 업무는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정년을 넘긴 청소원들은 매년 심사를 통해 고용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학비노조는 "심사자료 준비 등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나이 많은 청소원을 재고용할 학교장이 얼마나 있겠냐"며 "제도 시행을 통해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도교육청은 "사전 심사제는 비정규직화를 막기 위한 정부의 정책으로 이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량해고는 노조의 기우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농성 중인 청소원들은 교육감을 만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각오다.

원주 동화초등학교에서 10년째 청소원으로 근무 중인 한춘희(70)씨는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있다"며 "그래도 교육감을 만나 고용보장을 약속받고 합의 번복에 대한 사과를 받기 전까지 꿈쩍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정문의 출입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교육감실 기습 점거 등에 대비해 농성장 주위로 직원들을 배치하는 등 청사 방호를 강화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