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문' 넓었던 검사들, 이젠 인사적체 '부메랑'

정원 확대…年100명 이상 임용
차장까지 당연직 승진 '옛말'
송경호 신봉수 등 사법연수원 29기 검사들이 최근 차장검사로 승진하면서 ‘100명 동기’ 기수들이 본격적으로 간부 승진 대상에 올랐다. 신규 임용 검사 수가 두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로 대폭 늘던 시기에 검사복을 입은 이들은 당시만 해도 선배들에 비해 수월하게 검사가 됐다는 이유로 ‘행운의 기수’로 불렸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현재, 이들이 간부급 검사를 바라보는 연차가 되면서 그때의 행운은 무한승진 경쟁과 인사적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연수원 28기까지만 해도 신규 임용 검사는 70~90명 수준이었다. 29기엔 125명으로 늘었다. 이후 100명이 넘는 검사가 매년 배출됐다. 1990년대 말에 국민의 사법 수요에 비해 법조인 공급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7기까지만 해도 300명 안팎이던 사법시험 합격자가 28기 때 500여 명, 29기 때 600여 명으로 늘더니 이후 1000여 명까지 확대됐다. 합격자 모집단이 증가한 만큼 검사 임용도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차지할 수 있는 주요 보직은 한정돼 있다. 검사 수가 적었던 과거에는 차장검사까지는 당연히 승진하고 검사장부터 본격적인 승진 경쟁이 벌어진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제는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 중간간부 자리를 두고도 무한 경쟁이 펼쳐지게 됐다.

이번에 검사 70여 명이 ‘줄사퇴’한 데 대해서도 검찰 내부에선 “능력 있는 선배들이 나간 것은 안타깝지만 그나마 인사적체에 숨통이 트여서 다행”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일부 부부장검사나 평검사 사이에서는 내심 더 많은 선배의 용퇴를 바라는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검찰 내 인사적체의 폐해가 국민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과거에 평검사는 수사만 열심히 하고, 검찰총장이나 검사장 승진을 노리는 간부급부터 소위 ‘정무적 판단’이라는 것을 했다”며 “승진 경쟁이 격화되면서 평검사나 부부장검사들도 인사권자인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현 정부를 겨냥해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지휘라인이나 공안통 검사 등 정권에 밉보인 검사들이 대거 좌천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검찰의 정치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