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재벌개혁도, 공정경제도 중요"…기업들 "또 저격수"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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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을 분식회계로 결론 내릴 때 증선위 비상임위원이었다. 당시 삼성이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진 조 후보자가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수장으로 지명되자 재계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정부가 기업 기(氣) 살리기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런데 조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보니 재벌개혁이란 큰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적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김상조의 대학 1년 후배
'삼바 분식회계'에 강경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주장
또다시 재벌개혁론자 지명조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서울대 경영학과의 첫 여성 교수로 임용된 뒤 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대학 1년 후배다. 김 실장, 장하성 주중 대사(전 청와대 정책실장)와 가까운 사이로 재벌개혁 등에서 비슷한 목소리를 내왔다. 일각에서는 ‘김상조의 아바타’라는 평가도 있다.
조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직하던 2003년 ‘기업지배구조 및 수익성’이란 논문을 내고 “1997년 외환위기가 재벌의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세계 3대 재무전문 학술지로 꼽히는 ‘금융경제학 저널’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다. 조 후보자가 임명되면 1981년 공정위 설립 후 첫 여성 위원장이 된다.
조 후보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 중 하나인 공정경제라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정위의 위원장에 지명된 데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재벌개혁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느냐’고 묻자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독점 폐해를 줄이고 경제적 집중을 방지하면서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규제하는 것”이라면서도 “국민 경제의 균형 발전이라는 개념을 머릿속에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현안은 산적해 있다.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대기업의 물류·시스템통합(SI)·급식업체 조사 결과에 대해 결론을 내야 한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이런 숙제를 푸는 과정에서 그의 정책 방향이 분명히 드러날 전망이다.
기업들 “옥죄기 계속되나”
조 후보자는 평소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원칙) 도입, 전자투표제 도입, 사내이사 선임 요건 강화 등을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5월 민간 싱크탱크 FROM 100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연 세미나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뒤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사외이사가 될 수 없는데 사내이사는 이런 조건이 없다. 위법 행위를 해도 사내이사에 선출될 수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크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전자투표제가 경영권 방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한국에서 실제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일어나는지 의문이다.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도입하는 게 맞다”고 했다.재벌개혁론자가 또다시 공정위 수장에 지명되자 재계에선 정책전환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미·중 갈등과 한·일 경제전쟁으로 기업환경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족쇄’를 쉽게 풀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 많다. 지주회사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현장 경험이 전임 위원장보다 적기 때문에 정책 불확실성이 더 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약력
△1964년 충북 청주 출생 △청주여고·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서울대 경영대학 재무·금융전공 교수 △IMF 초빙연구위원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금융정보학회장
이태훈/장창민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