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회수출 나선 일본 소재업체들…해외공장 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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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회피 자구책 마련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강화 이후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업체들이 일본 외 공장에서 생산을 늘려 한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통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외국을 통해 우회 수출을 확대, 매출 감소 등을 만회하겠다는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모리타화학공업·스텔라케미파 등
대형 韓거래처 잃을까 노심초사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불화수소 생산업체인 모리타화학공업이 올해 말부터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고순도 불화수소를 한국 측 요청이 있을 경우 중국 공장에서 한국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9일 보도했다. 당초 삼성전자 중국 공장이나 중국 반도체 회사를 주요 고객으로 상정하고 공장을 건설했지만 일본 본사에서 한국 수출이 어려워진 만큼 우회 공급망으로 중국 공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모리타 야스오 모리타화학공업 사장은 “앞으로 한·일 간 비슷한 문제가 일어나면 일본 대신 중국에서 한국으로 출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도쿄오카공업은 “최첨단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이미 한국 공장에서도 생산해 한국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로 한국에서 포토레지스트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日 소재업체들, 中·싱가포르 공장 풀가동…삼성전자 등에 계속 공급
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업체들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한국향(向) 해외 우회 수출로를 확대하고 나선 것은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일본 정부 지침만 따라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 소재를 수출하지 않을 경우 당장의 매출 감소는 물론 장기적으로 대형 거래처 상실이란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의 주요 기업이 포토레지스트 등 수출규제 품목의 공급처로 다른 나라 기업을 찾아 나서자 일본 업체들이 큰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당장 지난 7일 일본 정부가 신에쓰화학이 신청한 삼성전자로의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벨기에에서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들여와 6~10개월치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에서 공급받은 포토레지스트도 일본 업체인 JSR의 유럽합작사가 생산한 것이지만 당장 일본 내 공장만 보유한 신에쓰화학의 피해가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일본 정부가 JSR의 유럽합작사 생산분의 수출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불화수소 분야에서 일본 소재업체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모리타화학공업은 중국 상하이와 장자에 대형 불화수소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공장에선 저순도 불산을 만들어 일본 공장에서 순도를 높였지만 올 하반기 공장증설을 마치면 중국에서도 고순도 불산(에칭가스) 생산이 가능해진다. 당초 삼성전자 중국 공장을 대상으로 삼아 시설을 업그레이드한 것이지만 시설이 완공되기 전부터 한국 수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모리타 야스오 사장은 “일본 정부의 수출관리 강화로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중국 공장에서의 수출 계획 배경을 설명했다.
스텔라케미파도 싱가포르 생산시설 규모가 일본 내 공장의 9분의 1에 불과하지만 해외공장 생산분의 한국 수출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생산공장이 없는 쇼와덴코는 지난달 중순 경제산업성에 불화수소 수출 신청을 했지만 “아직 수출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며 발만 구르고 있다.일본 기업들이 우회 수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은 3개 소재를 한국에 수출할 때 작업이 중국, 대만으로 수출할 때보다 크게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수출하려면 재질과 성능 등을 기재한 7종류의 서류, 불화수소는 9종류의 서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는 제품을 수입하는 한국 기업이 군사 분야에 전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있어야 한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