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대외 원조·개발 예산 동결" 지시…의회 급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외 원조·개발 예산 지출을 중단하라고 지시하자 상·하원 외교위원회가 정파를 떠나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상하원 외교위 지도부는 이날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보낸 서한에서 "(예산 동결로) 중대한 외교·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것은 미국의 국가 안보에 해가 될 뿐만 아니라 의회가 승인한 자금의 사용 권한도 약화한다"며 이를 강행할 경우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지도부는 "의회는 헌법에 따라 예산을 책정하며, 대외원조 예산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어떤 상황이나 어떤 정권에서도 의회의 가장 근본적인 권한을 무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련 예산 지출 동결 조치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선례를 마련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번 서한에는 상원 외교위의 제임스 리시(공화) 위원장과 로버트 메넨데즈(민주) 간사, 하원 외교위의 엘리엇 엥겔(민주) 위원장과 마이클 매콜(공화) 간사 등이 서명했다.앞서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지난 3일 국무부와 미국국제개발처(USAID)에 아직 지출되지 않은 올해 예산을 더는 사용하지 말고 동결하라고 지시했다.

두 기관의 미지출 예산은 약 40억 달러(약 4조 8천400억원) 규모로 유엔 평화유지 활동과 개발 원조, 세계 보건 프로그램, 군사 훈련 등에 배정된 자금이다.

연방법은 의회가 승인한 예산은 별도 규정이 마련되지 않는 한, 회기 내 미사용 시 재무부에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지출 예산 동결 지시가 의회에서 승인된 예산을 삭감하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 행정부 관리는 "일시적으로 예산 사용을 멈춘 것"이었다며 "국무부와 USAID가 이미 관련 정보를 보내옴으로써 종결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에도 예산관리국을 통해 국무부와 USAID에 유사한 지시를 내리는 등 대외원조와 외교 관련 예산을 30%까지 삭감하는 방안을 매년 모색해왔으나, 번번이 의회의 반대에 부딪혔다.국무부는 예산관리국에 요청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시사항을 준수하겠다는 원칙적인 답변 외에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