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다리 밑에서 영화 즐기기…더워도 시끄러워도 '좋아요'

한강몽땅축제 '다리밑영화제'…33도 무더위에도 만석
"후텁지근함이 이어지는 저녁, 여름철 건강에 유의하세요. "
서울 청담대교 북단 뚝섬한강공원은 지난 10일 오후 7시를 넘긴 시간에도 여전히 더웠다.

날씨 애플리케이션(앱)은 더위에 주의하라는 경고를 쉬지 않고 보냈고 광진구 기온은 33도, 체감온도 35도라고 알려줬다.

대리석 벤치에 앉아 잠시 쉬려 해도 돌이 품었다가 전해주는 한낮의 열기로 마치 대리석 사우나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 금세 일어나야 했다. 해가 져도 가시지 않는 이런 무더위 속에 청담대교 밑은 붐볐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가져다 둔 의자 40석은 거의 다 찼고 그 주변으로는 돗자리나 스티로폼을 깔고 앉은 사람이 눈대중으로 족히 200명 가까워 보였다.

이들이 바라보는 것은 한강사업본부가 여름마다 마련하는 '한강몽땅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다리밑 영화제'를 위한 대형 스크린이었다. 7호선 뚝섬유원지역과 청담대교가 지나가는 아랫부분에 스크린이 자리 잡았으니 말 그대로 '다리밑' 영화제였다.
이날의 상영작은 '쎄시봉'. 다리밑 영화제는 청담대교와 천호대교, 원효대교, 망원 서울함공원 등 한강 4곳에서 매주 토요일 동시에 열리는데 4주 차인 이날의 주제는 '그동안 우리에게 사랑받은 음악을 주제로 한 한국 영화'였다.

한강에 붉은 노을이 깔리고 영화 초반부 조영남이 부르는 영국 가수 톰 존스의 노래 '딜라일라'(Delilah)가 울려 퍼지니 실내 영화관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야외인 만큼 실내 영화관과는 다른 점이 당연히 많다.

에어컨으로 조절하는 쾌적한 온도,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암막, 풍성한 사운드는 없었다.

뚝섬유원지역으로 들어가는 지하철이 철로 위를 구르며 내는 소음도 작지 않았다.

그런데도 돗자리에 누워 영화를 지켜보던 한 관람객은 "조금 덥기는 해도 맥주 한잔하면서 이리저리 편한 자세로 바꿔가며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며 웃었다.
한강에 오면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즐길 거리는 많다.

뚝섬한강공원에는 한강사업본부가 '서울생각마루'로 리모델링한 옛 '자벌레'가 있다.

서울생각마루 안에 들어가면 시원한 실내에서 책 1천600여권을 읽을 수 있다.

이날 영화 스크린 반대편 잔디밭에서는 '한여름 밤의 별나라 여행'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우주사진 전시회, 팽이 만들기, 야광 별자리 목걸이 만들기 등 프로그램 부스는 학부모와 꼬마들로 붐벼 인기였다.

이런 프로그램이 번잡하게 느껴진다면, 그저 돗자리 한 장 깔고 드러누워 넋 놓고 있어도 좋은 곳이 한강이다.

다리밑영화제 뚝섬한강공원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서정민 팀장은 "영화제 후 만족도 설문조사로 피드백을 받는데, 좋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며 "의자는 금방 다 차는 편이고 대여용으로 준비한 스티로폼 방석도 100개 정도 나간다"고 말했다.

올해 다리밑영화제는 다음 주 토요일인 17일이 마지막이다.

광복절 직후인 만큼 임시정부, 독립운동 등을 주제로 한 영화를 상영한다. 천호대교 '눈길', 청담대교 '말모이', 원효대교 '덕혜옹주', 망원 서울함공원 '항거: 유관순이야기'가 한여름 밤 한강에서 영화를 즐길 이들을 찾아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