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MS '밀월현장' 가보니…"MS게임 제대로 즐기려면 갤럭시노트10 사세요"

좌동욱 특파원의 실리콘밸리NOW

MS, 매장에 갤노트10 체험공간
엑스박스 신형 무선 조종기 달아
영문 홈페이지 통해 판매예약도
애플·구글에 대항위해 손잡아
좌동욱 특파원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의 복합쇼핑센터인 웨스트필드 밸리 페어. 쇼핑몰 중심가로 들어가니 대형 애플 매장 맞은편에 마이크로소프트(MS) 매장이 있었다. 이달 23일 출시될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과 갤럭시노트10 플러스가 커다란 광고판과 함께 MS 매장 한가운데를 차지했다. 다른 회사 휴대폰은 없었다. 갤럭시노트10 중 일부는 MS의 게임용 신형 무선 컨트롤러(조종기)가 장착돼 있었다.

매장 직원은 애플 매장을 가리키며 “아이폰에선 작동하지 않는 신형 컨트롤러”라고 말했다. 이어 “MS 게임기(엑스박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갤럭시노트10을 사야 한다”고 권유했다.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쇼핑몰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10과 갤럭시노트10 플러스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 매장 모니터에 갤럭시노트10 플러스를 MS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 주문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떠 있다. /좌동욱 특파원
깊어지는 삼성-MS 협력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가 삼성전자와 MS의 ‘밀월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상대방 제품을 끼워 팔거나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단순 협력 관계를 넘었다.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상대방 제품을 자사 매장에서 팔아주는 끈끈한 협력 단계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시장 경계를 넘나들며 혁신을 추구하는 애플과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양사가 손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양사 협력 관계가 더 밀착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MS의 영문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갤럭시노트10 시리즈의 사전예약 판매 주문을 받는 화면이 첫 화면으로 뜬다. 갤럭시 구형 모델을 가져오면 최대 650달러를 할인받을 수 있다는 마케팅 내용도 담겼다. MS는 세계 MS 오프라인 매장에서 갤럭시노트10을 판매할 계획이다. MS가 자사 매장에서 판매하는 유일한 스마트폰 브랜드다.삼성은 MS의 클라우드(원드라이브), 이메일(아웃룩), 오피스 서비스 앱(응용프로그램) 등을 갤럭시노트10에 기본으로 설치했다. 갤럭시노트10이 흥행하면 MS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윈윈’ 구조다.

지난 7일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노트10 언팩(제품 공개) 행사에서 양사의 이런 전략적 협력 관계가 예고됐다. 당시 행사장을 깜짝 방문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삼성과 MS의 협력은 모든 기기에서 삶의 일상을 편리하게 해 주는 혁신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오늘 삼성과의 협력은 그 출발점”이라고 공언했다.

반(反)애플·구글 전선삼성전자는 이번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노트10과 MS 윈도 기반 PC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갤럭시노트10으로 온 메시지와 알림을 PC에서 손쉽게 확인하고 답변하며 PC에서 휴대전화를 거는 일도 편리해진다.

이런 기기 간 연결성은 애플의 생태계가 가진 최대 강점이다. 삼성전자도 그동안 자사 기기의 연결성을 강화해왔지만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MS도 삼성과 협력해 자사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키운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었던 MS의 웹브라우저 ‘에지’(옛 익스플로러)는 현재 구글의 크롬이나 애플 사파리에 크게 밀려 시장 점유율이 3%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MS는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구글, 애플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미국의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지난 8일 ‘애플, 구글과의 전쟁에서 삼성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삼성과 MS의 새로운 협력 관계를 조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갤럭시노트10 언팩의 최대 뉴스는 삼성과 MS의 파트너십 강화”라고 보도했다.

삼성 생태계 전략 바뀌나

일각에선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의 전략 변화를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사업 전략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노트10 언팩 행사에서 자체 AI 서비스 플랫폼인 ‘빅스비’를 전혀 홍보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대회(SDC)에서 빅스비를 전면에 내세운 것과 대조된다.

삼성 안팎에서 “독자적인 AI 플랫폼을 만들기보다 경쟁사의 서비스와 협력·공존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애플과 같은 (독자적인) IT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포기한 것 같다”며 “이런 전략에서 개방과 협력을 우선하는 MS와의 제휴가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