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형 지대지 전술미사일 개발한 듯…에이태킴스와 닮은 꼴(종합2보)

"또 하나의 새 무기체계 완성"…軍 "발사관·유도방식 등 제원 분석 중"
"이스칸데르급 KN-23·대구경방사포·전술지대지, 스커드 계열 대체용"
북한은 11일 전날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발사한 2발의 단거리 발사체를 "새 무기의 시험사격"이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군은 이 발사체를 이스칸데르급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기종으로 추정했으나,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KN-23과는 다른 신형 탄도미사일로 보인다.

군 당국은 북한 공개 사진을 통해 발사관 형태를 비롯한 미사일 동체, 유도방식 등 세부적인 제원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사거리 400여㎞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 등장…2발 연속 발사 가능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미사일은 2개의 사각형(박스형) 발사관을 탑재한 무한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됐다. 화염을 내뿜으며 날아간 이 미사일은 동체가 '에이태킴스(ATACMS·미국산 전술지대지미사일)' 모양의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평가됐다.

미사일 모양으로만 봐서는 에이태킴스와 닮은 꼴이다.

에이태킴스는 속도 마하 3, 길이 4m, 직경 600㎜지만, 북한 미사일은 크기가 이보다 크고 비행 속도도 2배가 빨랐다. '북한판 신형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볼 수 있는 이 유도무기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지난 5월 4일부터 약 3개월 사이에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KN-23과 대구경조종방사포에 이어 신형 전술 지대지 미사일까지 단거리 3종 세트를 새로 선보인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대화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등 재래식 무기 개발에 주력해왔음을 보여준다. 이 미사일은 전날 발사 때 정점고도 약 48㎞를 나타냈고, 400여㎞를 비행했다.

최대 속도는 마하 6.1 이상으로 분석됐다.

북한이 이날 "또 하나의 새 무기체계를 완성했다"고 공표한 것을 볼 때 최대사거리는 500㎞ 안팎으로 추정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선임분석관은 "북한판 전술 지대지 미사일"이라며 "목표물을 타격할 때 탄두에서 자탄(子彈)이 분산되는 형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탄형은 북한식 표현으로는 '산포형'이다.

북한은 산포형 자탄을 이미 개발했다.
또 2개의 발사관에서 연속 발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발사관은 한국군의 현무-2A(사거리 300㎞), 현무-2B(500㎞)와 유사한 형태다.

현재 군에 배치된 에이태킴스는 950개의 자탄이 들어있어 축구장 3~4개 크기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의 탄두가 자탄형이라면 북한 공개 사진으로 미뤄 살상 반경은 에이태킴스와 같거나 그 이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발이 연속으로 동일 표적에 떨어지면 살상능력은 더욱 배가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군이 개발 중인 전술 지대지 유도탄(미사일·KTSSM)처럼 탄두가 지하관통형이라면 군사시설을 타격할 수도 있다.

함흥에서 대전까지가 약 400㎞, 사드(THAAD)가 배치된 경북 성주까지가 약 450㎞이기 때문에 북한이 평양 이남 축선에 이 미사일을 배치하면 남한 전역이 사정권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발사한 이스칸데르급이나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와는 다른 새로운 단거리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 같다"면서 "핵이 아닌 재래식만으로 한반도 전체를 목표로 억지능력을 달성하기 위한 저비용 고효율의 '전갈 꼬리' 같은 북한판 응징보복체계"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2014년 8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일에 쏘았던 '전술로켓탄'(일명 KN-10)의 개량형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당시 이 전술로켓탄은 220㎞를 비행했다.

신형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KN-10은 2010년 미국이 위성으로 처음 포착해 명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전술 지대지 미사일은) 북한이 그동안 개발해온 KN-02(사거리 120㎞), KN-10(220km), 어제 함흥 발사체(450㎞)로 발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시험사격을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지형 조건과 주체전법의 요구에 맞게 개발된 새 무기가 기존의 무기체계들과는 또 다른 우월한 전술적 특성을 가진 무기체계"라고 평가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대체로 산악지역이어서 TEL의 은폐·은밀 기동이 유리하다는 특징을 '우리나라의 지형 조건'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은 미사일 TEL을 궤도형, 바퀴형으로 개발해 도로나 들판, 하천 등을 자유자재로 기동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 미사일을 처음 공개한 것이어서 발사관 형태, 유도방식, 미사일 크기 등을 토대로 세부 제원을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북한판 전술 지대지 미사일과 유사한 전술 지대지 유도탄을 개발 중인데 전력화 시기는 2020년이다.

전술 지대지 유도탄 사업은 GPS(인공위성위치정보) 유도 기술을 통해 북한의 장사정포와 미사일 기지 등을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의 핵심 전력이다.

지하 관통형으로 개발할 계획이어서 갱도에 숨은 장사정포를 제거할 수 있어 '장사정포 킬러'로도 불린다.

당초 전술 지대지 유도탄의 전력화 시기는 올해부터였지만, 시험평가 결과가 늦게 나오면서 실전배치 시기가 다소 지연됐다.
◇ 스커드 계열 미사일 대체할 신종 3종 세트…추가 시험 발사할 듯
북한이 지난 5월 초부터 잇달아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사진을 공개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이번 신형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 등 3종의 무기체계는 앞으로 스커드 계열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스커드-B/C 계열의 미사일은 액체 연료를 사용해 연료 주입 시간이 있어야 하는 등 미사일방어(MD)체계 기술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는 군사적으로 효용성이 떨어진다.

북한의 이번 신형 3종 무기는 모두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공통점이 있다.

고체 연료는 따로 연료 충전 시간이 필요 없어 신속 발사가 가능하다.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하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지난 6일 발사한 KN-23 추정 발사체의 경우, 고도는 약 37㎞, 비행거리는 약 450㎞,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 6.9 이상으로 분석됐다.

이들 3종 무기는 모두 저고도로 200∼600여㎞를 비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김동엽 교수는 "3종 무기는 사거리가 조금 길어지면서 고도는 낮아지고 속도는 빨라졌다는 점, 모두 고체연료에 이동식 발사차량을 이용한다는 점 등에서 발사 시간 단축과 발사 원점의 다양화로 한미 정보자산의 탐지 및 킬체인(선제타격)을 어렵게 한다"면서 "우리의 3축 체계에 대응하는 3종 세트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새로 만든 3종은 인구 밀집지역 인마 살상보다는 오히려 견고한 군사시설이나 대규모 산업시설 파괴를 위한 것"이라며 "대구경방사포도 구경이 커지고 정확성, 회피 기능까지 들어갔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시험사격 장면에서 미사일 동체는 북극성-1형처럼 검정색, 흰색 등을 칠해 시험용으로 개발됐음을 보여줬다.

전날 함흥 일대에서 시험 발사했고, 추가로 서해안 지역에서 내륙을 관통해 동해로 최대사거리 능력을 시현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에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그렇게도 안보를 잘 챙기는 청와대이니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코집(콧집의 북한식 표현)이 글렀다"며 추가 무력시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