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바둑판 만든다'…신안군 189㎏ 순금 매입 추진 논란

금값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100억원대 '황금 마케팅' 나서

열악한 재정에 혈세 투입 비판에 조례 의회 통과 주목…신안군 "투자개념, 홍보 가치 있다" 주장
전남 신안군이 200kg에 가까운 순금을 매입해 이른바 황금 바둑판을 만들기로 해 논란이다.

100억원을 훌쩍 웃도는 돈은 3년에 걸쳐 마련한 기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고 바둑의 고향이라는 점을 알리는 프로젝트라고 군은 설명한다.

그러나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어려운 지자체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혈세로 무리한 황금 마케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11일 신안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6월 3일부터 22일간 '황금 바둑판 조성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제정안 입법 예고했다.

입법 예고된 조례는 황금 바둑판을 만들기 위한 순금(순도 99%) 매입 기금을 적립하겠다는 것이다.

2022년 12월말까지 순금 189㎏ 매입하려면 이날 금 시세 기준 110억여원의 기금이 필요하다.군은 가로 42cm, 세로 45cm, 두께 5㎝의 바둑판을 만들기 위해 해마다 63㎏씩 3년간 총 189㎏의 순금을 사들일 계획이다.

입법 예고를 마친 조례안은 조례규칙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오는 9월께 군의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황금 바둑판은 앞으로 신안군에서 개최될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 등 각종 바둑대회에서 전시될 예정이고, 평상시에는 수장고에 보관한다.군 관계자는 "이세돌을 배출한 신안군을 바둑의 고장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황금 바둑판 조성에 나선 것"이라며 "기금 조성에는 군비를 투여할지, 국비를 지원받아 조성할지는 미정이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세금인 예산을 투여해 100억대 황금 바둑판을 만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항에서 100억원이 훌쩍 넘는 순금을 매입하는 사업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신안군에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로 어려운 재정 상황인 점도 비판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어, 군의회의 조례 통과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기준으로 전남 22개 시군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5.7%, 17개 군단위 자립도는 15.2%며이 가운데는 신안군은 최하위인 8.5%에 불과하다.

신안군 측은 "함평군의 황금박쥐와 같이 황금 바둑판을 만든 순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재산 가치로 남아 투자 개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며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홍보 효과까지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사업이다"고 해명했다.

신안군 주민 이모(45)씨는 "사두면 금값이 올라 투자가치도 있다지만 주민의 삶이 갈수록 힘든 데 황금바둑판을 만들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어이가 없다"며 "모든 지자체가 황금고추, 황금전복 등 황금 특산물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고 비꼬았다.

한편 함평군은 한반도에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황금박쥐가 1999년 대동면 일대에 서식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2007년 홍익대학교에 상징 조형물 제작을 의뢰, 황금박쥐 조형물을 제작했다.재료로 매입한 순금 시세는 당시 27억원이었지만 지금은 값이 올라 85억원 이상으로 껑충 뛴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